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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BMW…‘이상한’ 정부…‘착한’ 국민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8-08-15 19:19:25
  • 수정 2018-08-15 19: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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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는 시한폭탄’ BMW 사태를 보는 기자의 눈


▲ BMW 차주들이 만든 포스터. 사진=BMW 리콜 공유 SNS


BMW는 한 마디로 나쁘다.


BMW 차량에 화재 경보음이 처음 울린 건 지난 201511월이다. 그리고 작년 말부터 동일한 차량에서 화재가 지속 발생하는 등 이상 징후가 커져왔다.

하지만 BMW는 사고원인을 고객 탓으로만 돌리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원인 불명이나 차량 개조 등 운전자 관리 소홀로 몰았고, 고객이 강력 항의하면 도의적 책임 운운하며 중고차 시세를 보상하겠다며 선심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사이 화재 사고가 수십 차례 연이어 발생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국토교통부가 제작 결함 조사에 들어가자, 결국 결함을 인정해 BMW 520d 42개 차종 106000대에 대해 리콜을 결정했다.

BMW측이 공개 사과와 함께 화재사고 원인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지난 6긴급 기자간담회에서다. 늦어도 너무 늦은 공개 사과와 늑장 대응이다. 긴급안전진단과 차주들 불편 해소 등 후속조치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 많은 국민들은 BMW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분노하고 있다.

BMW‘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결함을 화재원인으로 발표했지만 이를 두고서도 논란이 거세다. 국내 BMW 차량에 해외 시장과 같은 EGR이 탑재되는데도 유독 국내에서만 화재가 빈발하는 이유에 대해 BMW는 아무런 설명도 못하고 있다.

BMW가 한국 정부의 배기가스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전자제어장치(ECU) 배기가스 저감 소프트웨어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거나 엔진 주요 부품에 결함이 있는데도 이를 감추기 위해 엉뚱한 원인을 내놓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 공개된 제원과 달리 저가 부품을 사용하거나, 부품 설계 단계부터 잘못 제작하는 등 차량 제작 단계부터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일부 차주들은 BMW가 결함을 사전에 알고 은폐했는지 수사해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만약 경찰과 국토부의 조사에서 EGR 불량이 아닌 숨은 원인이 있다면 혼란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리콜 계획이 전면 수정되는 것은 물론 보상계획까지 바뀌게 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참 이상하다.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 가운데 원인 규명까지는 10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토부는 서둘러 김현미 장관 명의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소상히 밝히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BMW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자 14일 사상 초유의 운행정지명령을 발동하는 담화문을 또 발표하면서 이번 운행정지명령이 안전진단을 빨리 받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운행정지명령이 집행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운행정지명령이 실행되기도 전에 안전진단은 거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돼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모두가 전형적인 면피성 전시행정이다.

정부와 BMW의 늑장 대응에 피해자인 차주들이 왜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단지 BMW를 구입한 죄 밖에 없는데국토부의 졸속 대책은 실효성도 없을뿐 아니라 BMW 차주들의 분노만 더욱 샀다.

국토부가 좀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워낙 자체 조사 능력이 떨어져 BMW측의 조사에만 의존하고 있어서다. 국토부가 먼저 나서 검증하는 게 아니라 BMW가 조사 결과를 내면 사후적으로 맞는지 따져보는 상황이다.

그래서 국토부는 BMW의 주장만 믿고 EGR 교체로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EGR이 아닌 소프트웨어 등 다른 문제 의혹도 제기되는데 국토부는 성급하게 자발적 리콜부터 허가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고 원인 규명이 최우선 과제다. 사고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면 안전진단을 받아도, 리콜을 해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가해자 또는 원인제공자라고 할 수 있는 BMW의 입장만 받아들일게 아니라 민간 전문가를 초빙해 테스크 포스(Task Force)팀을 꾸려 구체적 검증 일정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화재 원인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직을 왜 평소에 두지 못하고 있는지 의문이지만, 왜 아직도 못하고 있는지 더 큰 의문이다.

그리고 리콜 관련법과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자동차업계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는 점을 이용해 고객 배상을 소홀히 하는 점 등을 볼 때 이 제도의 도입도 신중히 검토할만하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BMW에 대한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뒤늦게라도 국토부가 이상하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우리나라 BMW 차주, 넓게 말해서 수입차 소유자들은 참 착하다.


일부 차주들이 BMW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다른 나라같았으면 성난 차주들이 BMW 차량에 불이 나기 전에 먼저 불을 지르고 BMW코리아 건물이 불타 없어질 수도 있겠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이 똘똘 뭉쳐 BMW를 한국에서 한 번 쫓아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이번 화재 사건의 여파로 BMW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 판매대수가 뚝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BMW7월 판매량은 3959대로 전월 대비 5.6% 감소에 그쳤다. 여전히 벤츠에 이어 수입차시장 2위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는 24.2% 상승률을 보이며 선전을 이어갔다.

화재 사고의 주범인 BMW 520d7월 판매는 523대로 6(963)에 비해 46% 감소했다. BMW의 실적에 견인차 역할을 해온 520d 모델의 판매 하락은 BMW의 전체 실적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리콜 이슈가 반영되는 8월부터는 판매 감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재 이후 중고차 시장에 나온 BMW 리콜대상 차량은 2배가량 급증했지만 시세는 여전히 굳건하다고 한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BMW차량을 싸게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아졌다고 하니 참 씁쓰레하다.

우리 국민의 수입차 선호도는 매우 높으며 차종을 바꾸더라도 브랜드는 바꾸지 않는 충성고객이 많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태로 BMW 판매는 잠깐 주춤하다가 다시 일어설 것으로 보는 자동차전문가들이 많다. 아우디폭스바겐도 배출가스 조작으로 곤욕을 치뤘지만 지금은 더 잘 팔리고 있다.

심지어 이번 사태에 대해 일부에서는 국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한 쇼가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BMW는 어쩌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발돋움할지도 모르겠다. 한 번 한국 소비자의 무서운 힘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필자의 확실한 희망사항인가보다.

수입차 선택의 기준은 디자인, 품질, 가격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우리나라 수입차 소유자들은 참 착하지만 자신의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위해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는 얘기는 듣지 않았으면 한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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