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업계가 추진하다가 중단된 카풀 서비스에 대해 정부가 그 과정과 문제점 등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전임 정부에서 추진된 정책과 규제개혁이 중단된 사례 등을 큰 그림 속에서 재점검한다는 취지에서 카풀 문제를 다시 한번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기득권 세력의 유지 등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과 규제개혁이 이뤄져서 이용자들에게 이득이 가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점검해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택시업계와 카르텔에 기반한 정책 결정이 없는지 원점에서 철저히 점검하고, 정책 결정 프로세스에도 문제점이 없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불법 논란이 일었던 렌터카호출 서비스 ‘타다’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6월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쏘카 이재웅 전 대표와 타다 운영사였던 VCNC 박재욱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했으며, 타다에 강력 반발했던 택시업계는 기득권 사수를 위해 신 산업 진출을 막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카풀 서비스가 좌절된 플랫폼업계가 기회를 엿보다가 전임 정부의 추진 정책에 대한 재점검 분위기가 높아지자 이를 건의해 관철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업계는 카풀, 타다 등의 사례를 들며 구 산업의 목소리에 밀려 정부가 혁신산업 육성을 도외시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택시업계는 “이미 4년 전에 입법까지 마친 사항을 재점검한다는 것은 너무 생뚱맞다”며 “혹시라도 택시업계를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택시업계와 플랫폼업계가 강력 대립한 카풀 사태는 6년 전인 2017년 카풀 업체인 ‘풀러스’로부터 촉발돼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가 2018년 카풀 사업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택시업계는 2018년 10월과 11월에 광화문과 국회 앞에서 수만 명이 참석하는 1, 2차 대규모 집회를 열고 반발했다. 이런 와중에서 법인택시기사 최 모씨(당시 57세)와 개인택시기사 임 모씨(당시 65세)가 카풀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며 분신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택시업계 분위기는 더욱 격앙됐다.
또 그후 카풀과 비슷한 타다의 등장과 맞물리면서 개인택시기사 김 모씨가 국회 앞에서 택시에 불을 지르면서 화상을 입었으며, 개인택시기사 안 모씨(당시 76세)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숨졌다.
카풀 합법화는 청와대 발(發) 의지가 강한 가운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앞장섰는데 국회에서는 카풀 논란과 갈등이 정당 간 대리전 양상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카풀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은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서는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결국 카풀 사업의 근거가 된 ‘출‧퇴근 시간에 한해 카풀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오전 7∼9시, 오후 6∼8시에 경로가 비슷한 경우에 카풀 영업을 허용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영업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되면서(2019년 8월) 카풀 사태는 일단락됐다.
카풀 갈등의 당사자였던 카카오모빌리티는 평일 출퇴근 2시간씩, 경로가 비슷한 경우에만 허용되는 카풀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카풀 영업을 포기했다. 카풀 서비스를 처음 출시했던 풀러스도 사업을 접었다.
당시 택시업계는 “우리는 돈 내고 면허권을 사고 차량도 구입해야 하는데 플랫폼업체들은 그냥 앱 하나 만들어서 영업을 하려고 한다”며 “4차 산업 어쩌고 하면서 날로 먹으려 한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플랫폼업계는 “구 산업의 기득권에 밀려 혁신산업 육성을 도외시했다”며 “국가의 미래 경제발전을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국무조정실의 카풀 문제에 대한 재점검 소식이 전해지자 난감한 표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고 법을 개정했는데 4년이 지난 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당혹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