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신화의 주역 중 한명으로 꼽히는 하동환 한원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0년 개성에서 태어난 하 명예회장은 10대 때부터 자동차 정비공장의 기술자로 일하며 자동차와 인연을 맺었다.
1954년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를 설립하고 미군이 남기고 간 폐차 엔진에 드럼통을 두드려 펴서 만든 차체를 붙인 버스를 선보였다. ‘드럼통 버스왕’이라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1966년 `하동환 버스`를 브루나이에 처음 수출하며 한국 최초 자동차 수출 역사를 쓴다. 현대자동차의 포니보다 10년 앞선 기록이다.
1974년 지프 차량을 개발하고 소방차까지 생산한 그는 1977년 사명을 동아자동차로 바꾼다. 동아자동차는 1984년 ㈜거화를 인수해 사세를 확장했지만 1986년 자동차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쌍용그룹에 회사를 매각한다. 하동환 자동차가 쌍용자동차의 모태가 되는 셈이다.
이후 하 명예회장은 트레일러를 생산하는 동아정기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한원그룹을 세워 장학회와 한원컨트리클럽(골프장) 등을 운영했다. 1993년에는 사재를 출연해 한원미술관을 설립, 국내 미술문화발전에도 이바지해왔다. 유족은 부인 장청자 전 한원미술관 관장과 아들 성수 한원그룹 회장, 딸 성희·정은·승연씨 등 1남3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