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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정비요금 어떻게 결정해야 가장 좋을까?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8-22 06: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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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정비업계 수십 년간 분쟁 이어져…우여곡절 변천사

지난 12일 열린 제7차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 이날 회의에서는 국토부가 올해 연구용역을 직접 발주하기로 하고, 일정상 올해 말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12월 중에 협의회를 열어 조정률을 결정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자동차사고로 수리를 하고 보험처리를 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손보사와 정비업체 간 계약된 정비수가를 적용한다. 하지만 정비업체가 수리비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손보사의 수리비 삭감과 관련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손보사와 정비업체 간 법적 분쟁은 연간 1000여 건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정비요금은 보험·정비업계 각자의 입장 차이가 극명해 오랜 시간 분쟁이 이어졌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1989~1998년 10년간 보험정비요금은 정비업계를 대표하는 전국자동차정비연합회와 보험업계를 대표하는 손해보험협회 간에 단체계약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1997년 4월26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 단체계약방식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지적과 함께 시정 명령을 받았다. 

 

이후 보험정비요금은 개별 손보사와 정비업체 간 계약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됐다. 자율계약방식에 따라 보험·정비업계 간의 분쟁은 더욱 심화됐다. ‘갑’의 위치에 있는 손보사들이 정비요금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맞서 정비업계는 2002년 5월에 대규모 궐기대회 개최 등 보험사의 횡포를 사회 이슈화했다. 당시 도종이 의원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정부가 적정 요금을 조사·연구해 그 결과를 공표한다는 내용의 자동차정비요금 공표제도가 신설됐다. 이때가 2003년 8월21일이었다.

 

재경부, 금감위, 공정위 등은 이 제도가 시장원리에 의한 가격 결정을 저해하고 물가상승의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놨다. 이에 당시 건설교통부는 ‘공표는 2005년 한해 시행하되 공표제도 폐지를 포함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며 2005년 6월17일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했다.

 

이후 명칭이 바뀐 국토해양부는 2010년, 또 명칭이 바뀐 현재의 국토교통부는 2018년 보험정비요금을 공표한 뒤 2020년 4월7일 이 제도를 폐지했다. 적정 정비요금은 15년 동안 고작 3번 공표에 그쳤기에 정비업계의 큰 불만을 샀으며 ‘무용론’의 목소리가 높았다.

 

국토부는 공표제도 폐지 대신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를 구성해 협의하는 방안을 신설했다. 손보사와 정비업체는 협의회에서 합의된 사항을 기반으로 보험정비요금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지난해 9월30일 자동차보험 시간당 정비공임을 4.5% 인상했다.

 

그리고 협의회 운영규정에 따라 매년 10월 말까지 보험정비요금(시간당 공임과 표준작업시간)을 결정하도록 했다. 종전의 공표제도와는 달리 매년 조정(인상)이 가능해진 것이다. 올해는 시간당 공임 조정률(인상률) 산출산식을 위한 연구용역이 지연되면서 전체적으로 일정이 늦어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올해 연구용역이 보험·정비업계 간 갈등으로 지연되자 직접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하는 등 뒤늦게 적극성을 띠고 있다. 빽빽한 연구 일정상 올해 말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12월 중에 협의회를 열어 조정률을 결정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올해 연구 결과에 따라 산출되는 조정률은 2024년부터 적용한다.

 

협의회 위원은 보험업계와 정비업계 대표위원, 공익위원 등 각 5명씩 15명인데 보험·정비업계 간 입장 차이로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정비업계는 보험업계와 더불어 공익 대표들도 상대해야 한다. 보험업계는 자사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공익 대표들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염려해 정비요금 인상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1대2의 싸움이다. 또 정비업계는 연합회가 둘로 쪼개져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힘이 분산되고 있다는 약점도 있다. 

 

정비요금은 시간당 공임과 표준작업시간을 곱해 산정한다. 시간당 공임은 정비기술자가 차량수리를 제공하고 받는 대가이지만 정비공장의 매출과 경비, 이익 등 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아직까지 합리적인 적용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작업시간도 분쟁의 소지가 여전하다. 작업시간은 수리의 난이도, 작업자의 기능이나 숙련도, 공장설비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적절한 작업시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동일한 수리를 해도 어떤 작업자는 2시간이 걸리고, 어떤 작업자는 10시간이 걸릴 수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자동차사고로 인한 진료수가가 마련돼 있듯이 보험·정비업계 간 분쟁 방지를 위한 합리적 정비수가 결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1회성 인상률 책정과 단순 협상을 위한 불명확한 자료제출이 아닌, 객관적이고 체계화된 참고지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정비요금 산정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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