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정비나 수리 때문에 애를 먹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전기차를 맡길 수 있는 정비소가 크게 부족한데다 수리비도 비싸기 때문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많은 전기차 차주들이 전기차를 맡길 수 있는 정비소 부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이들은 또 전기차 수리비가 너무 비싼데다 사고를 낼 경우 비싼 보험료로 연결된다고 울상이다.
전기차 차주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불편은 정비소 부족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1만7828대를 판매한 테슬라의 경우 전국에 서비스센터가 단 8곳뿐이다. 고장이나 사고가 날 경우 가까운 곳에 서비스센터가 없으면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 중소 도시의 차주들은 차량 경고등이라도 뜨면 난감한 상황을 맞는 경우가 많다.
국내 정비업소는 종합 6600여곳, 전문 4만여곳이 있지만 전기차가 이들 민간 정비소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전기차 정비가 가능한 곳이 전체 정비소의 3%가량밖에 안 되는 데다, 배터리나 변속기 등 전기 계통을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곳도 많지 않아서다. 전기차 정비 경험이 전무한 정비사들도 부지기수다.
지방의 한 전기차 차주는 “경고등이 들어와 민간 정비소에 들렀는데 고압 전류 등을 거론하며 정식 센터로 가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없고, 부품 수가 40% 정도 적어 수리 범위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낮다. 타이어, 브레이크 패드, 에어컨 필터 등 소모성 부품 교환은 내연기관차와 다르지 않지만 바디 패널 또는 차량 하부작업은 배터리의 고전압 때문에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400V에서 최대 800V의 전압을 발생한다. 이런 고전압에 노출될 경우 큰 부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또 기존 내연기관차와는 구동원리나 구조가 다르고 전기차종마다 배터리 구조나 케이블 위치 등도 조금씩 달라 전기차만의 독특한 구조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각 제조사들은 전기차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전문 정비사를 양성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 또한 2025년까지 전기차 정비소를 3300개로 확대하고 전문 인력 4만6000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인력 양성을 위한 양질의 교육기관과 인력이 부족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않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학의 교과과정 개편이나 교재 마련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된다”며 “내연기관차 정비 인력의 일자리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구체적 로드맵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는 적지만 부품 단가와 수리비는 훨씬 비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전기차의 평균 수리비(2020년 12월 기준)는 237만원으로 내연기관차(181만원)보다 31%나 높다.
전기차 평균 부품비도 146만원으로 내연기관차(97만원)보다 50%가량 비싸다. 전기차의 경우 충전 모듈이 외장 부품에 연결돼 충격에 손상되기 쉽고,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손상이 크지 않더라도 신품으로 교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높은 수리비는 비싼 보험료로 연결된다. 자동차 보험료는 차량 가격뿐 아니라 사고 시 손상 가능성, 수리 비용이 함께 고려된다. 내연기관차인 벤츠E클래스(6700만원)와 전기차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6979만원)는 가격대가 비슷하지만 연간 보험료는 테슬라 모델3가 50만원가량 더 비싸다.
보험개발원은 손상 가능성과 수리비 등을 추산해 차량 등급을 매겨놓고 있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수리비가 비싼데 테슬라 모델3는 5등급, 벤츠E클래스는 13등급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7등급에서 올해 5등급이 되면서 보험료도 그만큼 올랐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전기차의 높은 수리비로 인해 전기차 한 대당 손해율이 내연기관차보다 10%가량 높다며 보험료를 더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