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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인수전 ‘염불보다 잿밥’?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1-09-06 07:31:59
  • 수정 2021-09-06 08: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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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 ‘회생’보다는 ‘부동산 개발 이익’ 노려…철저한 검증 필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모습.

현재 법정관리하에서 매각을 추진 중인 쌍용자동차 인수전이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법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들의 인수 목적과 역량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회사의 정상화보다는 쌍용차 평택 공장부지에 아파트를 짓고 개발 이익을 노리기 위한 후보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수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인수 능력 자체는 물론 인수 목적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쌍용차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앞서 예비실사를 진행하며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회사들이 서류상 문제가 없을 경우 참여에 큰 제한을 두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예비실사에는 총 7곳이 참여했다. 하지만 참여업체들을 두고 서울회생법원은 물론, 쌍용차 내·외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쌍용차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 여부다. 자금을 마련해도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자금력이 가장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 SM그룹의 경우 건설업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에 대한 경험이 크지 않다. 

 

전기버스 회사 에디슨모터스는 매출액이 900억원 수준으로 쌍용차 매출의 30분의 1도 안된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인 강성부펀드는 강성부펀드(KCGI)·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KS컨소시엄을 구성해 두바이 회사 1곳 등과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케이팝모터스 대표는 법원에 신고한 재산이 5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쌍용차 인수를 전재산 50만원인 회사의 대표가 사겠다고 한 것이다. 

 

인수 자금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조달이 가능하지만 해당 대표는 경영권 분쟁과 대리점 소송 등에서 패소한 경력이 다수 확인되며 인수 목적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뉴스는 지적했다.

 

법원과 업계 관계자 등은 “쌍용차 인수후보 회사들이 자동차 사업하러 들어온 건지 부지 매각해서 부동산 사업하러 들어온 건지 알 수 없다”며 “사모펀드까지 부동산 투기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모든 업체가 다 역량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말 EY한영회계법인은 “쌍용차를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청산(파산)이 낫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한영회계법인은 “쌍용차를 지금 청산하면 9800억원의 가치가 있는 반면 계속 운영할 경우 75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쌍용차는 2007년부터 2020년까지 14년 동안 2016년을 제외하고 영업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티볼리의 전례 없는 성공으로 쌍용차는 2016년에만 3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쌍용차는 매년 적게는 100억원, 많게는 14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손실폭이 급등해 각각 2750억원, 446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쌍용차는 갈수록 손실이 쌓이는 구조였으며 서울회생법원 주도로 법정관리가 이어질 경우 청산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청산절차에 들어가기 앞서 외부 투자 유치와 매각이 가능토록 법원은 시간을 줬다. 

 

쌍용차를 살 의향이 있는 회사를 모집한 결과 총 11곳이 쌍용차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의사를 표했다. 이후 쌍용차에 대한 회사정보와 경영자 면담 등 약 20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참여할 수 있는 예비실사에는 총 7곳이 참여했다.

 

계속 운영하면 손해가 예상되고, 지금 당장 파는 것이 2300억원 이득인 회사를 사고 싶어하는 회사들이 7곳이나 있다는 것은 의외였다.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다. 쌍용차가 평택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평택 공장 부지의 감정가는 약 9000억원으로 쌍용차와 평택시는 공장부지를 주거용지로 변경해 아파트(주거단지)로 개발할 것임을 밝혔다.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경우 수익이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쌍용차는 노후화된 평택 공장 부지를 처분하고 그 비용으로 전기차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새 공장 신설 비용은 부지 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약 9000억원대라는 추정이 나왔다.

 

쌍용차의 경영권을 인수해 평택 공장 부지만 성공적으로 잘 팔아도 1조5000억원의 수익이 생기고, 9000억원으로 전기차 공장을 짓더라도 약 6000억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쌍용차 인수자 입장에서는 쌍용차의 매각 가격에 따라서 기대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쌍용차의 인수 가격은 최소한 청산가격(9800억원)보다 높아야 한다. 약 1조원 이상에서 인수가격이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인수자가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바로 마련할 필요는 없다. 현재 쌍용차가 갖고 있는 각종 채무의 경우 지금 바로 갚지 않아도 되거나, 채권자들이 모여서 결정할 경우 금액이 낮아질 수 있다. 

 

먼저 쌍용차는 현재 6900억원 정도의 공익 채무가 있는데 이는 직원들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이다. 쌍용차 인수를 하더라도 반드시 갚아야 하지만 당장은 갚지 않아도 된다. 공익채권 외에 산업은행 등 채권자에게 빌린 돈이 7800억원 가량인데 이는 채권자들이 회의를 통해 삭감해 줄 수 있다.

 

결국 인수자 입장에서는 1조원의 인수금액 중 공익채권 6900억원을 뺀 3100억원의 현금으로 쌍용차를 인수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인수자는 산업은행에 쌍용차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추가적인 대출을 요청할 수도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량해고가 우려되는 쌍용차 파산을 막기 위해 산은도 적합한 인수자가 나타나면 대출 지원을 해줄 공산이 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쌍용차의 파산을 2~3년 유예하는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7곳의 회사의 경우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커다란 의문부호가 존재한다. 설령 그럴듯한 사업계획을 마련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은 또 다시 별개의 영역이다.

 

쌍용차의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고 가정하더라도 험난한 ‘정상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쌍용차는 2024년까지 전기차 5종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년까지 평택공장 부지가 성공적으로 매각되고 전기차 공장 신설을 위해 부지 선정과 착공에 약 3년이 걸리면 이르면 2025년에는 생산이 시작될 수도 있다.

 

신차 1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 3000억~5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5종 개발을 위해서는 1조5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의 비용이 들 전망이다. 앞으로 쌍용차가 출시하는 모든 신차가 흑자를 기록한다고 전제하더라도 특단의 구조조정 없이 지금 상황에서 정상화 가능성은 낮다.

 

쌍용차는 앞서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에 팔렸다가 기술만 유출되고 정상화에는 실패하며 ‘실패한 매각’, ‘먹튀’ 비판을 받았다. 3번째 매각을 앞둔 쌍용차의 현재 상황은 앞선 2번의 매각때 보다 더 좋지 않다는 평가다. 

 

3번째 매각 후보군 회사들을 살펴보면 건설회사(SM)이거나 쌍용차 매출의 10분의 1수준인 중소 자동차 관련 업체들 뿐이다. 특히 자금 확보를 위해 두바이,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의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작은 회사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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