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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츠 S클래스에 차선 바꾸는 기능이 없는 이유는?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11-08 19:02:06
  • 수정 2020-11-08 1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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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율 주행기술 발전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자동차 법규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S-클래스 외관 이미지

근 출시되는 웬만한 신차에는 전방충돌 경고·차로이탈 방지 등 초기 자율주행기술인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장착돼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ADAS 제조 시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기준이나 사후 검사에 대한 규정이 없다.

 

현재 국내에서 신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것을 차량 제작사 스스로 ‘자기 인증’한 후 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조향·제동장치처럼 전통적인 차량 기능에만 해당할 뿐, ADAS의 센서나 소프트웨어 같은 신기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ADAS에 대해 정부가 만든 안전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ADAS의 성능이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악천후 때의 센서 감지 능력, 교차로나 횡단보도에서 맞은편 사람과 물체의 감지 범위 등에 대해 제작사마다 모두 다르다.

 

일본의 경우 올해 4월 자동차 ADAS의 오류 및 결함 확인을 객관적으로 정하는 ‘자동차 특정 정비 제도’를 도입했다. 정비소의 ADAS 정비 시설 기준이 확정됐고, 내년 10월에는 ADAS 기능별 성능 기준을 확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검사 주체인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22년 이후에야 ADAS 검사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ADAS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다 보니 ADAS 오류로 인해 사고가 나더라도 완성차 제조사에 과실을 묻기 힘들고, 이로 인해 ADAS 장착 차량의 결함을 호소하는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에 따르면 ADAS의 안전 관련 민원은 지난해 143건에서 올해 305건(1∼9월)으로 크게 늘었다.

 

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세단인 신형 S클래스는 자율주행 능력이 뛰어나다. 쭉 뻗은 도로는 물론 굽은 길도 차선을 넘지 않고 스스로 잘 달린다. 자율주행을 실행한 상태에서 시속 80~180㎞로 달리다가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가 스스로 차선을 바꾼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비롯한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야 하고,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 또는 노면전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자동차가 차선을 스스로 바꾸는 기능을 발휘하는 건 불법이다. S클래스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들어온 테슬라 모델S나 BMW 5시리즈 등도 스스로 차선을 바꾸는 기능은 빠져있다.

 

난해 렉서스가 선보인 신형 ES는 거울이 달린 사이드미러 대신 ‘디지털 아우터 미러’라는 이름을 붙인 카메라를 달았다.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A필러(A-pillar) 안쪽에 달린 5인치 모니터에 고스란히 생중계된다. 

 

렉서스는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해 보여주는 게 거울로 보여주는 것보다 선명하고, 사각지대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ES에서는 디지털 아우터 미러를 볼 수 없다. 

 

자동차 국제기준을 결정하는 유엔자동차 기준세계포럼(WP29)은 지난 2015년 거울과 같은 범위와 화질을 제공한다면 영상이 사이드미러를 대체할 수 있다고 기준을 개정했다. 이후 일본은 2016년 사이드미러 없이 카메라만 달린 자동차도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우리나라 역시 2017년 카메라와 같은 기계장치가 거울을 대체하는 ‘자동차 및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하지만 사이드미러가 없는 차를 완전히 허용하는 법규는 아니었다. 카메라를 보조 수단으로 써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대형 SUV 패릴세이드처럼 거울이 있는 사이드미러가 달린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옆 차선 상황을 계기반 등의 모니터로 보여주는 것까진 허용하지만 거울 없이 카메라만 달린 건 안 된다는 얘기다. 아마 현대차도 이런 점을 알고 사이드미러를 달았을 것이다.

 

서스의 플래그십 세단 LS에도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 기술이 있다. LS는 어느 차 보다 커다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자랑한다. 왼쪽에는 내비게이션 정보가 뜨고, 가운데에는 크루즈컨트롤이나 레인 어시스트 등의 정보가 뜬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제한 속도와 현재 속도, RPM 등의 정보를 보여준다. 앞 유리 너머로 다양한 정보를 한 번에 보여주는 이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너무 크다’는 이유로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허용된 건 7년 전이다. 2012년 국토해양부는 앞 유리에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주행속도와 길 안내 등의 정보를 이미지로 표시할 수 있도록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하지만 운행정보 표시 위치가 운전자의 전방시야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LS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너무 큰 나머지 운전자가 전방시야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방해가 된다. LS는 결국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빠진 채 국내에 출시됐다. 하지만 LS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정보가 실제로 시야에 방해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 법규를 들여다보면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들을 꽤 발견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자동차 관련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관련 법규의 개정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실과 맞지 않거나 지나친 규제는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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