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30일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실증 운행 중인 로보택시에 탑승, 국내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점검하고 있다.
로보택시(Robotaxi)가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머지않아 대중교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갈 전망인 가운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부, 제조사(완성차·자율주행 기술업체), 모빌리티 플랫폼, 그리고 기존 택시사업자의 각축전이 뜨겁다.
로보택시 도입의 첫 단추를 끼우고 생태계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단연 ‘정부’의 몫이다. 로보택시가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가이드라인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허가 없이는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단 한 대의 로보택시도 달릴 수 없다. 로보택시의 상용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조사와 플랫폼, 기존 택시사업자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도 정부가 맡아야 한다.
이처럼 정부는 단순한 규제 기관을 넘어, 안전 기준을 수립하고 기존 택시업계와 상생을 조율하는 ‘사회적 중재자’이자 ‘룰 메이커’로서 가장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 플랫폼 기업+제조사가 우위 점할 가능성 높아
그렇다면 비즈니스의 실질적인 ‘주도권’은 앞으로 누가 쥐게 될까.
완성차 및 자율주행 기술개발업체, 즉 제조사는 차량 자체를 생산하고 안전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공급망의 뿌리다. 강력한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안전 기술을 무기로 초기 시장을 리드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자율주행차라도, 소비자가 호출하는 '앱 생태계'를 장악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결국 배차 알고리즘과 결제 시스템, 고객 데이터를 쥔 플랫폼의 생태계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거대 플랫폼이 로보택시 시대의 가장 강력한 지배자가 될 확률이 높은 이유다.
이에 따라 호출 앱을 통해 수천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과 자율주행 기술력을 가진 ‘제조사’의 연합체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들 업체 간 연합전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웨이모나 테슬라 같이 아예 처음부터 플랫폼과 제조사를 같이 하는 곳도 있다.
한편, 고객 데이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면서 '데이터 주권'을 놓고 충돌이 일어날 소지가 높다. 이미 택시업계와 플랫폼 업계가 이런 조짐을 보인다.
전국택시노조연맹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의 호출·배차 방식과 알고리즘, 운행데이터 수집·활용 등 플랫폼 운영방식이 택시노동자의 실제 운행과 수입 그리고 노동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면서 교섭요구 공문을 전달했다.
■ "한쪽의 일방적 주도보다는 역할 나누게 될 것"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 직면해 있는 전통적인 택시사업자들은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축소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이들이 가진 대규모 차량 관리 및 오프라인 운영 노하우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로보택시 역시 청소, 정비, 충전, 차고지 관리 등 거대한 오프라인 인프라가 필요하다. 때문에 기존 택시업계가 플랫폼 및 제조사와 손을 잡고 '로보택시 전문 인프라 운영사'로 체질을 개선한다면 생태계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다만, 전국 택시 24만6000여 대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택시(16만4700대)가 문제다. 개인택시는 법인택시와 달리 차고지도 없으며 대규모 운영 노하우도 없다. 하지만 정부가 로보택시 정책에서 개인택시를 배제할 경우, 개인택시업계의 생존권 문제가 대두되고 그 저항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로보택시의 미래는 정부의 법·제도 마련과 기존 산업과 상생 조율→자동차 제조사의 하드웨어 제공→플랫폼 기업의 고객 접점 매개→기존 택시사업의 현장 운영 뒷받침 구조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제조사, 모빌리티 플랫폼, 기존 택시사업자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사이의 역할과 권한을 나누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