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에 주차돼 있는 시외버스들.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이 계속되는 이용객 감소로 폐업 위기에 몰렸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부터미널 운영사인 엔티산업은 지난 7월 서울 서초구에 “이용객 감소와 계속되는 노선 폐지, 경영 악화 등으로 더 이상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니 면허 반납 절차 등을 안내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남부터미널은 한때 서울과 충청·경상·전라 지역의 중소 도시를 연결하는 관문이었다. 지난 1990년 문을 열 당시 노선만 132개에 달했다. 남부터미널 관계자는 “예전보다 버스노선이 반으로 줄었고, 남아있는 노선도 좌석이 절반 이상 빈 채로 운행한다”고 밝혔다.
서울남부터미널만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시외·고속버스 터미널이 문을 닫고 있다.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영 악화로 사업을 포기하거나 운영을 잠정 중단한 민영 터미널은 34곳에 달한다.
전국 시외·고속버스 이용객은 2019년 1억6945만명에서 지난해 1억157만명으로 6년 만에 40%가 줄었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급감했던 이용객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승객이 줄면서 터미널 상가 임대료와 승차권 판매 수수료 수입도 덩달아 감소했다.
현재 전국 버스 터미널 286곳 중 3분의 2(191곳)는 하루 이용객이 500명도 안 된다. 업계 관계자는 “승객이 감소하니 배차 간격이 길어지고, 긴 배차 간격 때문에 버스 이용이 불편해진 승객이 터미널을 외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도 약해지고 있다. 철도 운임이 장기간 동결된 사이 버스 운임은 올랐고, 지난 1일 KTX·SRT 통합으로 기존 KTX 운임은 평균 10% 낮아졌다. 반면 시외·고속버스 운임 상한은 다음 달 1일부터 9% 오른다.
문제는 터미널이 사라지면 별다른 대체 교통수단이 없는 지역들이다. 철도역이 없는 군 지역에선 시외버스가 다른 도시로 가는 사실상 유일한 장거리 대중교통인 경우가 많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서 민간이 운영하던 버스터미널을 공공 인프라로 바꾸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도 적지 않다.
시외·고속버스가 계속 사라지면 중소 도시 주민이나 고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망도 함께 사라진다. 지방 소멸을 막고 교통 복지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중앙 정부의 재정 지원 등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