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유소에서 주유하려는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최근 기름값 상승세가 무섭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름값 바가지처럼 공동체의 어려움을 이용해 부당 폭리를 취하려는 반사회적 악행에 대해 아주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다.
국내 기름값은 국제 유가(싱가포르 현물 시장)를 기반으로 정유사 공급가, 유류세, 주유소 마진을 더해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전체 가격의 50% 이상이 세금(유류세)이며, 국제 유가 변동에도 원유 수입 후 제품 생산, 유통 과정이 있어 주유소에 반영되기까지 약 2~3주의 시차가 발생한다.
기름값이 가파르게 치솟자 시민들 원성은 우선 주유소를 향하고 있다. 지금 주유소에서 팔고 있는 기름은 중동 사태 전에 사뒀던 건데, 왜 이리 빨리 가격을 올리냐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주유소들은 자신들이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한국주유소협회는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주유소는 정유사나 대리점으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소매 유통업"이라며 "가격 상승의 1차 요인은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이라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정유사 공급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주유소 판매가격 상승 압력도 커졌다.
일부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하루 사이 휘발유는 100원 이상, 경유는 200원 이상 오르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 같은 요인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며 체감이 커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협회는 또 가격 급등 국면에서 '더 오르기 전에 주유하자'는 심리로 선구매 수요가 늘어나 재고 소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소비자 체감 상승 폭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유소 가격 구조와 관련해 협회는 "석유제품 가격의 상당 부분은 유류세(약 50∼60%)가 차지하며, 유류세가 포함된 정유사 공급가격을 제외하면 주유소 유통비용 비중은 전체의 4∼6%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카드 수수료와 금융비용, 인건비 등 운영비를 감안하면 주유소가 실질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격 범위는 제한적이라며 "단순히 공급가격과 판매가격 차이를 기준으로 '폭리'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주유소는 저장탱크 용량이 제한돼 대량 물량을 쌓아두는 방식의 매점매석도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주유소 판매가격 변동을 '폭리'로 규정하기보다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과 재고·정산 시차, 판매가격 반영이라는 유통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실관계를 판단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을 결정한 건 어디까지나 주유소 측이라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공급가는 수출 가격을 반영하기 때문에 수출 가격보다 국내 가격을 지나치게 싸게 잡기 어려워 일부 올라간 게 사실이지만, 개별 주유소 판매가격은 정유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또 “소비자들이 미리 주유를 해두려는 것처럼 주유소들도 미리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 국면을 틈탄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기름값이 더 오를 경우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유류세율을 내린다면 주유소 가격은 얼마나 빨리 따라 내릴까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