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정치권에서 뜻밖의 이슈가 되고 있다.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들이 시내버스 파업 관련 재발 방지와 관련, 시가 적자를 보전해주는 방식의 현행 버스 준공영제 운영 방식을 바꾸거나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논쟁이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파업 시에도 최소 운행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공버스’(성동구 공공시설 무료 셔틀버스) 사례를 거론하며 수익성이 낮은 노선에 공공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기에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정 구청장 제안에 “뻔뻔한 치적 선전”이라며 가세했고, 최근 출마 선언을 했던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이슈에 합류했다.
◇ 버스 적자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버스 준공영제는 서울시가 노선 조정권을 갖는 대신 버스업체 적자 발생 시 서울시가 재정 지원하는 제도다.
이명박 시장 체제인 지난 2004년 도입한 이 제도는 도입 당시의 긍정적인 효과가 20년이 지나는 동안 희석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공성을 앞세워 버스 운영의 안정성은 확보했지만 경쟁과 혁신을 유도할 제도적 장치는 그동안 거의 마련되지 않았다.
서울 시내버스는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으며 서울시가 이를 메꿔주고 있다. 지원예산이 부족해 발생한 시의 관련 부채는 수조 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버스회사 적자를 왜 시민 세금으로 떠안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볼 점은 버스 손실을 지원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하는 것이다.
버스요금은 공공요금으로 버스회사들이 제 맘대로 올릴 수 없다. 운송원가 상승이나 인건비 증가 등에도 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적자 운영이 계속되면 버스노선 폐지나 축소, 운행 중단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버스회사들의 적자 운영은 국민의 교통 불편과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버스회사들의 적자를 온전히 요금 수입으로만 충당한다면 시민들은 현재 요금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내고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대중교통 운영 ‘교통복지’ 차원으로 전환해야
우리나라의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영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 대부분 지자체가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다. 손실을 보전해주면서 교통약자인 노인·청소년층에게 버스를 무료 이용하게 하는 곳도 많으며, 아예 요금 ‘0원’인 공짜버스를 도입한 기초지자체도 현재 18곳에 달한다.
‘버스는 공공 자산’이고 ‘교통은 복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버스(대중교통) 운영을 교통이 아닌 국민복지 차원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며 이런 차원에서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
개선방안으로는 우선 완전 공영제를 들 수 있다. 현재처럼 수익은 민간회사들이 사유화하고 손실은 공공이 떠안는 구조가 계속될 바에는 차라리 완전 공영제가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완전 공영제를 도입하면 국민 세금이 더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국민 교통복지의 확대라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버스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소득재분배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버스 공영제를 좀 더 넓게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외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을 이동권 개념을 넘어 기후위기 대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완전 공영제에 앞서 버스노선 특성과 수요에 따라 민영제와 공영제를 구분하는 이원화 모델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익 노선은 민영화, 적자 노선은 공공이 운영해 필요한 곳에 재정투입을 집중하자는 얘기다.
또 심하게 적자가 나는 하위 노선 10%가량을 서울시가 매입한 뒤 최저보조금 입찰 방식으로 운영하거나, 재정지원에 상한을 두고 노·사·서울시가 공동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도 있다.
버스업체의 운영효율화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의 적자 전액 보전 방식을 기본 보전금액과 인센티브 형식으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 이밖에 자율주행버스를 서둘러 대거 투입해야 한다는 등 여러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대폭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준공영제라고 해서 돈 대주고, 손해 다 메워주고 그러니까 사모펀드들이 버스회사를 사 모은 것 아닌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버스 준공영제가 큰 쟁점으로 떠올라 당선된 서울시장은 어떤 식으로든 버스 준공영제 개선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