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택시협동조합 조합원은 조합원 지위와는 별개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대전에 위치한 우리희망협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우리희망협동조합이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우리희망협동조합은 지난 2020년 12월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의 사업을 양수받아 택시운송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A 씨 등은 새 협동조합으로 고용승계되지 않았다.
새 협동조합은 A 씨 등에게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니 그만두라"고 통보했다. A 씨 등은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에 출자금을 납입하는 정조합원으로 가입하고 택시기사로 일했다.
이후 A 씨 등은 부당해고를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라고 판단하고 우리희망협동조합이 A 씨 등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일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정을 했다.
우리희망협동조합은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협동조합 조합원인 A 씨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근로자성을 인정했지만, 2심은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전 협동조합)과 우리희망협동조합(새 협동조합)이 체결한 양수도계약은 영업양도에 해당하고, 그렇다면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과 A 씨 등 사이의 근로관계도 원칙적으로 우리희망협동조합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며 "우리희망협동조합이 A 씨 등에게 한 통보는 정당한 이유가 없고 근로기준법상 절차도 지키지 않은 부당해고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은 협동조합의 지휘·감독 여부를 살폈다.
2심은 "A 씨 등은 영업시간, 휴식시간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었고, 출퇴근 시간이 고정돼 있지 않았으며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도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실제 A 씨 등을 포함한 정조합원으로 구성된 임시총회에서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의 해산을 결의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이 사용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또 한번 판결을 뒤집고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법원의 근로자성 판단 법리가 협동조합 조합원에게도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협동조합은 사업 수행 과정에서 조합원과 조합관계 외에도 다양한 법률관계를 맺을 수 있고 여기에는 근로관계도 포함된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돼야 하므로, 조합원이 협동조합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 조합원의 지위와 별도로 근로자의 지위도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과 A 씨 등이 택시운전업무와 관련된 근로제공에 관해 맺은 법률관계는 협동조합이 아닌 택시운송사업자와 그 소속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일반적인 택시운수종사자 사이의 관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이는 조합원으로서의 지위에서 맺은 법률관계와 별도로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 씨 등은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의 조합원 지위와 아울러 근로자 지위에도 있었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새 협동조합인 우리희망협동조합이 근로관계의 승계에 따라 근로자 지위에 있는 A 씨 등에게 그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보한 것은 해고에 해당한다"며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고, 해고의 정당한 이유도 발견할 수 없어 위법한 해고로서 무효라고 볼 소지가 크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