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6시 5분께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 차량 돌진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 현장. (사진 연합뉴스)
지난 2일 퇴근길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70대 후반 개인택시기사가 차량 돌진 사고를 일으켜 1명이 숨지고 14명(본인 포함)이 부상한 사건을 계기로 택시기사 고령화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택시업계는 20∼30대 젊은 택시기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령화됐다.
고령화는 법인택시보다는 개인택시에서 더 심각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운수종사자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10월 말 기준 개인택시 기사 16만4000여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9만1000여명으로 55.4%를 차지했다. 60세 이상으로 확대하면 76.2%(12만5000여명)까지 늘어난다.
30세 미만은 0.04%(70명), 30대는 0.71%(1172명)에 불과하다. 40대는 4.9%(8043명), 50대 18.1%(2만9000여명)로 집계됐다.
법인택시는 기사 7만3000여명 중 65세 이상이 35.7%(2만6000여명)로 개인택시보다는 덜하지만 역시나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법인택시 기사 중 60세 이상은 60.3%(4만4000여명)를 차지했다. 30세 미만은 0.4%(326명), 30대 1.3%(975명), 40대 7.9%(5840명), 50대 30.0%(2만2000여명)다.
◇ 법인택시, 코로나 겪으며 인력 부족
법인택시는 고령화도 문제지만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많은 기사가 수입이 더 좋은 택배·배달업으로 옮겨가 인력 자체가 크게 부족한 상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12월 기준 법인택시 기사는 10만2000여명이었다.
그랬던 것이 2022년 12월 기준 7만2000여명으로 약 3만명 감소했다. 코로나19 기간 3년 만에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2025년 10월 기준 법인택시 기사는 7만3000여명으로 코로나19 기간 줄어든 기사 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등록된 법인택시 대수도 마찬가지다. 2019년 12월 7만9000여대에서 2022년 12월 6만4000여대로 1만4000여대가 감소했다. 2025년 10월 기준으로는 6만3000여대가 등록돼 있다.
법인택시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택시당 2명 이상의 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사가 워낙 부족하다보니 가동률은 전국적으로 30∼40%에 불과하다. 법인택시 10대 중 6∼7대는 운전할 사람이 없어 차고지에 서 있다는 의미다.
서울의 경우 법인택시 가동률은 2019년 50.4%에서 2022년 32.5%로 떨어진 뒤 계속 30%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 고강도 업무 비해 임금 수준 낮아
택시업계에서는 젊은 기사를 찾기 힘든 이유로 우선 고강도의 업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을 꼽는다. 업계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의 월 평균수입은 300만원 미만, 개인택시 기사는 서울의 경우 월평균 400만원대다.
법인택시 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택배기사 및 오토바이 배달 기사보다 적은 수준이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2025년 3∼6월 국내 택배기사 12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평균 총수입은 517만원으로 나타났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기사도 열심히 일하면 한 달에 500만원도 넘게 벌 수 있지만, 몸이 상하게 돼 오래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는 장시간 운전석에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고, 승객의 폭언·폭행·무리한 요구 등으로 감정노동 부담이 심한 직종으로 꼽힌다.
지난 2020년 한국노총 전국택시노조 서울·경기지역본부 조합원 5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10명 중 8명이 "지난 1년 동안 승객으로부터 폭언·욕설·협박 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폭언 등의 경험이 택시 운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는 '취객으로 보이면 태우지 않음'(59.0%)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서울의 한 60대 개인택시 기사는 "주취자들한테 여러 번 폭행당한 뒤 지금은 낮에만 운행하고 밤에는 쉰다"며 "열악하고 강도 높은 노동조건과 긴 노동 시간에 비해 버는 돈이 최저임금 수준이니 젊은 기사들이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택시요금…103개국 중 84위
택시업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택시 요금도 인력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의 2025년 11월 말 기준 통계에 따르면 103개국에서 택시로 1㎞ 이동하는 요금을 산정했을 때 한국은 0.63달러로 하위권인 84위였다.
1위 스위스는 4.80달러, 10위 일본은 2.69달러, 33위 미국은 1.75달러, 77위 싱가포르는 0.78달러다. 한국보다 택시요금이 저렴한 국가로는 인도네시아와 중국, 인도, 필리핀 등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대폭적인 요금 조정이 있어야 기사 임금도 높아지고 인력난도 해소될 것"이라며 "대중교통인 버스처럼 지원하지도 않으면서 택시비는 공공요금으로 올리지 못하게 규제만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몰려면 1억 이상 필요…고령화로 심야 운행 기피
법인택시는 구인난이 심하지만, 개인택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개인택시는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정년이 없고, 일하는 시간을 본인이 조정할 수 있어 자유로운 개인생활이 가능하다. 특히 은퇴자들은 치킨집·커피숍 등을 창업하면 망할 수 있지만, 개인택시는 번호판 가격이 있어 망할 염려가 없다고 본다.
이 때문에 퇴직하거나 창업을 희망하는 고령자들이 개인택시를 선호하는 추세가 높아지면서 면허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택시 신규면허는 극히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곤 발급되지 않아 개인택시를 운전하려면 기존 면허를 사야 한다.
과거에는 개인택시면허를 양수하기 위해 3년 이상의 사업용 자동차 운전 및 무사고 경력이 필요했으나, 2021년부터는 사업용 자동차 운전경력이 없는 자가용 운전자도 5년 무사고 경력을 갖추고 교통안전공단의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면 개인택시면허를 양수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졌다.
2025년 12월 기준 개인택시 면허 시세를 보면 서울은 1억1500만원, 인천은 1억2400만원, 대구는 6700만원, 광주는 1억4800만원, 제주는 2억900만원 등이다.
개인택시기사 수입은 법인택시기사에 비해 조금 낫지만 고령화 등으로 심야 운행을 하지 않는 기사가 늘어나 그렇게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개인택시의 심야 운행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택시를 잡지 못하는 시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택시기사 고령화 완화를 위해 정부에서는 75세 이상의 개인택시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인력난과 재산권 침해 문제 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한 70대 개인택시 기사는 ”택시기사 고령화 문제는 나라 전체가 고령화되고 있어서 별도로 떼어서 볼 수 없는 문제"라며 "우리나라 노동시장 전체의 구조적 불균형 문제로 고령층의 일자리, 생계와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