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공영버스 차고지에 버스들이 세워져 있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통상임금을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서울시버스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9일 동아운수 노동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2심 선고 공판에서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성과 일률성을 충족하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15년 동아운수 버스 노동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시켜달라며 사측에 제기한 것이다. 1심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지난해 12월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기상여금의 고정성 요건이 폐기됐고, 노조는 정기상여금이 '소정 근로의 대가성·정기성·일률성' 요건을 갖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노조는 "서울고법이 변경된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근거로 노조의 주장을 모두 인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용노동부 역시 서울 시내버스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서울 시내버스 회사들에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시정지시를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번 2심 선고가 마냥 노조에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업조합 관계자는 "2심에서 통상임금을 인정하고,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기준 시간을 노조가 주장한 것처럼 176시간을 인정한 것도 맞는다"며 "다만 176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근로 시간으로 통상임금을 계산해야 한다는 최초의 판결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사업조합은 원고가 청구한 비용은 18억9500여만원이었는데,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8억4300여만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또 앞서 올해 5월 사업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의 1일 평균 실근로시간은 1인당 평균 7시간 47분이다.
기사들은 그동안 9시간(기본근로 8시간+연장근로 1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약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급여를 받아왔기에 실제로는 1시간 이상 근무 인정 혜택을 받는 셈이라는 게 사업조합의 설명이다.
노조는 2심 선고 이후에도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 4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 결렬로 61개 시내버스 회사가 속한 노조는 이미 파업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27일 마을버스에서 시내버스로 전환한 업체 3곳의 단체교섭 분쟁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조정 기간이 만료되는 11월11일 자정이 되면 이들까지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는 "이번 서울고법 판결 이후에도 사업조합과 서울시가 노조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사항에 대해 계속 무시하며 성실히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면 12일 새벽 첫차부터 일반버스와 전환버스를 포함한 모든 서울 시내버스의 전면 운행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작년 12월19일 대법원 판결 이후의 미지급 임금은 물론 지연이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올해 10월23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형사고발 조치까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서울 시내버스 회사들에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올해 임단협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당연히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임금 문제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반면에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는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져 인건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상여금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 개편부터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현재의 임금체계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산정될 경우 임금이 오르게 되는데,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이 상승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삭감'이라고 보고 있다.
노사는 다음 주 초 13차 본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