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 24일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2035년부터 휘발유·경유 등을 연료로 쓰는 내연차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수송 부문의 감축안 중 하나로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4일 경기 광명 기아 오토랜드 사업장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을 위한 수송부문 토론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언급했다.
환경부가 내연차 판매 중단까지 고려하는 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맞추기 위해서다. NDC는 각국이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일지 5년마다 내놓는 목표치로, 올해 11월 2035년 목표를 발표해야 한다.
정부는 2018년 대비 각각 48%, 53%, 61%, 65%를 감축하는 4개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2030년까지 40% 감축’ 목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그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정부가 2035년 내연차 판매 중단을 검토하는 이유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수송 부문 감축이 가장 더딘 영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전기·수소차 보급이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게 이유로 꼽힌다.
전기·수소차 보급 목표는 2030년까지 450만대, 2035년까지 840만대인데 현재까지 85만대가 보급됐다. 보조금과 세제 지원이 축소되고,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화재로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35년 840만대 목표는 전체 차량 중 90% 이상을 무공해차로 판매해야 가능한 수치로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정부의 이런 기조와는 달리 정작 유럽연합(EU)은 2035년으로 잡아놓은 내연차 판매금지 시점을 미룰 채비를 하고 있다. EU는 국제사회에서 탈(脫)탄소 논의를 주도해왔지만, 자동차 산업 및 관련 일자리 위축, 전기차 배터리의 과도한 아시아 의존, 충전 인프라 부족 등 현실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산업과 일자리 보호 등을 위해 무공해차판매의무규제를 철폐했다. 다만 캘리포니아주가 2035년부터 무공해 신차만 판매를 허용할 계획인데, 급속한 친환경차 전환에 반대해 다음 달부터 전기차 보조금까지 끊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차의 경우 2040년 한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2045년까지는 전 세계에서 내연차 판매를 중단한다는 게 목표다. 정부가 배출량 감축 목표를 높게 잡는다면 이런 계획보다 5년 이상 앞서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한국은 전(全)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외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당면한 경제 현실과 국제적 환경 규제 기조의 변화를 무시해선 안 된다.
지금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일본, EU보다 10%포인트 높은 대미 관세를 감당하며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상론에 치우쳐 너무 높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고, 내연차 퇴출을 서두르는 건 우리 발목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일이 될 수 있다.
세계 7위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으로선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해 환경 규제의 과속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