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들.
정부가 택시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택시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된 택시 총량제는 전국 156개 택시사업구역별로 인구와 택시 대수 등을 고려한 적정 대수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택시 대수를 제한하는 제도다. 5년마다 계획을 수립하는데 올해부터 2029년까지가 5차 총량제 기간이다.
23일 교통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5차 택시 총량을 산정해 확정하거나 마련 중이다. 이미 연도별 택시 공급계획을 고시한 지자체들도 상당하다.
택시는 면허 사업이라 한번 발급된 면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면허=재산' 개념이어서 법적 무형 자산인 셈이다.
그렇게 택시면허가 유지되는 사이 자가용 승용차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택시의 수송 분담률은 2011년 3.6%에서 2022년 2.5%로 감소했다. 반면 자가용 승용차는 56.8%에서 64.7%로 늘었다.
그래서 정부가 도입한 것이 전국에 등록된 택시를 차츰 줄여가는 택시 총량제다. 하지만 그동안 감차 실적은 미미하다. 제4차 총량제(2020~2024년) 산정 결과 전국의 택시 대수는 19.4% 초과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기간에 25만 1796대에서 24만 7174대로 4622대, 1.7% 줄이는 데 그쳤다.
택시 감차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낮은 보상금’ 때문이다. 정부가 택시면허를 사들이는 데 지원하는 금액은 국비(390만원), 지방비(910만원) 합해 대당 1300만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추가 지원을 한다고 해도, 감차 보상금이 사업면허를 양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적어 택시사업자들이 면허를 반납할 유인이 낮다.
지자체 입장에선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상금 재원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세수가 부족해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또 시가 제시한 금액보다 업계의 요구 액수가 커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감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7만 1632대 택시가 등록돼 있는 서울은 3차 총량제(2015~2019년) 당시 1만1831대를 감차하려고 했으나 2016년 50대, 2017년 24대 등 74대만 줄이는 데 그친 후 감차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5차 택시 총량 산정 결과 과잉된 택시 대수가 2942대(강화·옹진군 44대 포함)로 나타났으나 실질적인 감차 사업보다는 자연 감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지난 2014년부터 택시 신규 면허 발급을 중지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가 택시 감차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곤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기는 힘들다”며 “재정이 어려운 시로서는 자연 감소만을 기대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차 보상을 시행하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감차 보상이 오히려 택시면허 가격을 올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주도는 5차 택시 총량 산정 용역 결과, 도내 적정 택시 대수가 4469대로 추산됐다. 현재 운행 택시는 법인 1444대, 개인 3872대 등 모두 5316대로 847대를 줄여야 한다.
제주도 택시감차위원회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택시 감차 보상금 인상을 결정했는데 법인택시의 경우 기존 35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개인택시는 1억 원에서 1억 8050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인상 여부는 교통위원회 심의 이후 확정된다.
하지만 이번 보상금 인상이 실제 감차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택시노조는 성명을 통해 "도민의 세금으로 감차 보상금을 인상해도 실제 감차는 이뤄지지 않고 면허가격만 올려주는 미봉책에 머물고 있다"며 “보상금을 올려주는 방식만으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택시노조는 "이미 지난 5년간 감차 정책은 실패했다"며 "보상금 인상은 개인택시 거래가격 인상만 부추기고 택시회사 사업주의 배만 불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택시 감차와는 반대로, 택시가 부족해 증차를 해야 할 곳도 꽤 있다. 경기도 용인시 등 신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도시 건설로 인구가 늘어나면 택시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곳에는 거꾸로 택시를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도시 인구 증가는 인근 다른 지역 인구 감소를 의미하는 만큼, 줄어드는 도시는 택시도 감차해야 정상이지만 한번 발급된 택시면허는 인구가 줄어도 그대로 남게 된다.
우리나라 택시는 감차보다 이용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월등히 빨라서 계속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용자는 가파르게 줄어드는데 택시 등록 숫자는 거의 그대로이고, 간혹 이용자가 일시적으로 늘어날 때는 그냥 '면허'로만 존재하는 택시 운행이 없으니 공급 부족이 벌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택시가 많다고 불편을 제기하는 시민은 없다“며 ”택시 감차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