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심야 자율주행택시.
미국·중국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Robotaxi)가 점차 상용화되고,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강남·서초 일대에서 심야 자율주행택시가 운행되면서 기존 택시운송사업면허의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으로 로보택시 운행 대수가 늘어나고, 운행 지역이 확대될수록 기존의 택시면허 가치 하락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택시면허 가격은 법인택시가 수천만원대, 개인택시는 2억 원이 넘는 지역도 있다.
로보택시의 상용화는 지금은 사라진 렌터카 기반 유상운송업 ‘타다’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타다가 등장해 택시운송시장을 잠식하면서 기존 택시면허 가치는 하락 추세를 보였다. 이에 택시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택시사업자도 나왔다.
이때 택시는 규제 대상, 타다는 규제 예외였다. 둘 사이에서 정부는 택시 규제를 푸는 게 아니라 타다를 택시처럼 규제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했다.
로보택시가 활성화될수록 과거 택시업계와 타다 간 갈등이 재현될 것이라는 예상이 높다. 우선, 로보택시를 새로운 택시사업으로 허가할 경우 기존 택시업계의 큰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해결책의 하나가 로보택시를 기존 택시사업자가 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당 3~4억 원에 달하는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구매할 능력의 기존 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택시업계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당장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자의 로보택시 운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해결책은 로보택시 운영 회사가 기존 택시면허를 인수해 운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택시면허 인수에 따라 초기 투자비용이 더욱 늘어나고, 수익을 내기도 어렵기 때문에 일반 중소기업들은 참여하기가 어렵다. 결국 자본이 많은 대기업 영역이 되지만 그들 역시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다.
업계에서는 로보택시 100대를 운행할 경우 우선 300~400억 원의 초기 필수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수백억 원의 추가 투자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언제 투자 비용을 회수할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막대한 손실을 보더라도 수입의 근원인 요금을 많이 받을 수도 없다. 기존 택시와 경쟁도 경쟁이지만 요금은 정부가 통제한다. 요금이 통제되는 한, 운송 사업자는 제대로 수익을 올리기가 어렵다.
또 다른 해결책의 하나는 정부가 공영으로 로보택시를 운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정부가 운송사업자가 된다. 법적으로 대중교통도 아닌 택시를 정부가 운영하는 셈이니 정부가 나설 리 없다.
로보택시 때문에 기존 택시면허 가치가 하락한다고 해서 국가가 보상하는 방안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세금을 공공이 아니라 개인 재산권 보전에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효율성도 의문이다. 현재도 택시총량제에 기반한 감차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낮은 보상금 등으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로보택시 시대가 빨리 올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품은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로보택시 기술은 이미 완성돼 있다.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받는 법과 제도는 개선하면 된다. 오히려 근본적인 어려움은 기존 택시운송사업자와 갈등이 아닐까 싶다.
최근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세미나와 포럼 등이 많이 열리고 있는데 참석자 또는 기업의 면면을 보면 모두 자율주행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거나 인식 센서 등을 만드는 하드웨어 업체들이다.
자율주행 관련 그 어떤 토론장에서도 택시운송사업자 또는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화물차도 자율주행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나 버스운송사업자, 운수종사자 노조 관계자 등을 불러 토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로보택시라는 첨단 기술산업에 밀리며 인간 운전의 생존권은 외면받거나 무력해질 수 있다. 로보택시와 기존 택시사업자들 간 갈등은 로보택시가 발전될수록 점차 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