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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역 역주행 대형 교통사고 ‘커지는 의문’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4-07-04 10: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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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발진? 운전미숙? 부주의?…운전자는 직업 운전기사
  • 경찰, 사고차량 등 정밀 감식 진행…1~2개월 걸릴 듯

2일 오전 전날 역주행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4일 경찰과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가해 운전자인 A씨(68·남)는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했으며 40여 년간 버스·화물차를 운전한 직업 운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2월 경기도 안산 K여객에 촉탁직으로 입사했으며 K여객 입사 전에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에서 버스기사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는 트레일러 기사로 일했다. K여객에서 사고 경력은 없으며 사고 당일은 쉬는 날이었다.

 

경찰은 사고 직후 A씨에 대한 음주·약물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음주나 약물을 복용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운전자가 죽을 작심을 하고 고의로 엑셀을 풀로 밟은 거 아니냐는 루머가 돌았는데 경찰 조사 결과 그건 전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A씨의 부주의나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급발진 등 차량 결함으로 인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A씨는 사고 직후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급발진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들이 나타난 상황이다. 목격자들과 전문가들은 당시 사고 현장이나 CCTV 영상 등을 분석해볼 때 급발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높다.

 

다만 아직 피의자 조사가 정식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이 사고차량인 A씨의 제네시스 G80과 피해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 호텔 및 사고 현장 주변의 CCTV 영상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식이 진행 중인 만큼 추후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의문점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적으로 1∼2개월이 소요된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A씨 부부는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A씨 처남(아내 친오빠)의 칠순잔치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가 탄 차량은 오후 9시25분께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한화빌딩 뒤편의 일방통행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200여m 역주행하다가 가드레일과 인도의 행인을 들이받은 뒤 BMW, 소나타 차량을 추돌했다. 이후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의 교통섬에 이르러서야 차량이 멈춰 섰다.

 

차량이 질주한 거리와 제네시스의 가속 성능, 인명 피해 등을 고려하면 충격 당시 속도가 시속 100㎞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행인이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빠른 속도로 차량이 질주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사고로 시청 직원과 시중은행 직원, 병원 직원 등 보행자 9명이 숨졌다. 소나타 탑승자 2명과 또 다른 보행자 2명 등 4명은 부상을 입었으며 A씨도 갈비뼈 골절 부상을 당했다. 동승했던 60대 아내는 경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한 결과 사고 차량이 호텔 주차장에서 나와 역주행 후 사고로 이어지기까지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보통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등(후미등)과 보조브레이크등이 모두 켜진다. 다만 후미등은 야간 주행 시에도 켜지기 때문에 감속했는지를 보려면 보조브레이크등의 점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EDR(Electronic Data Recorder: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사고 시 발생 시간, 속도, 제동 여부 등의 데이터를 기록하는 장치) 과 브레이크 등 기계 자체가 고장 나 실제 주행과 달리 작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해당 제네시스 차량은 지난 5월 종합검사에서는 제동력 등 모든 부분에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또 가해 차량의 스키드마크(Skid mark)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키드마크는 최대 감속도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정지할 경우 도로 표면의 마찰력에 의해 타이어가 녹아 도로 표면에 흡착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급발진 여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단서 중 하나로 꼽힌다.


역주행 전 구간에서 스키드마크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A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거나 약하게 밟아 급제동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마지막 정차 지점에서는 브레이크가 작동해 차량이 스스로 멈춘 것을 고려하면 브레이크에 결함이 있었을 확률은 낮은 만큼, 급발진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사고 차량은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진입하기 직전 속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고 차량이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나와 약간의 턱이 있는 출입구 쪽에서부터 가속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은 주차 차단기를 통과해 완만한 경사로의 오르막길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간 뒤 출차 직전 고무로 된 차단턱을 밟고 지나가는 구조로 돼 있는데, 이 차단턱에서부터 가속을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찰은 갈비뼈를 다쳐 입원 중인 A씨의 건강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정식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와 사고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60대 아내를 한 차례 조사했는데 A씨의 아내도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게 불리한 정황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급발진이 있었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상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서지 않았다는 것을 운전자 본인이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A씨 차량 블랙박스에서는 사고 원인을 밝힐만한 유의미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블랙박스 오디오에는 "어, 어" 등 음성과 비명이 담겨 있으나 차량에 이상이 생겼는지 여부를 짐작할 만한 대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으며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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