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아 대형버스 ‘그랜버드’ 단종되나…신규 계약 접수 중단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6-04-25 18:31:34

기사수정
  • 대당 가격 2억 원이지만 연간 판매대수 1천대로 수익성 악화

기아의 대형버스 '그랜버드'


기아의 유일한 대형버스 모델인 '그랜버드'가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2027년까지의 생산 물량 계약이 꽉 찼다는 이유로 그랜버드의 신규 계약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또 기존 계약 물량조차 출고가 취소돼 최소 50대 이상이 출고 취소 통보를 받았다. 

 

그랜버드의 잔여 미출고 주문은 약 3600대에 달하지만, 현재 광주 하남 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5대에 불과해 사실상 납기 기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오늘 계약해도 차를 받기까지 3년 정도 걸린다.

 

그랜버드는 1994년 출시 이후 32년간 전국 전세버스 및 고속버스 시장을 책임져왔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전세버스 약 4만 1000 대 중 약 30%가 그랜버드일 만큼 수요도 탄탄하다.

 

기아가 그랜버드 생산을 중단하려는 이유는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대당 가격이 2억 원에 가까운 고가 차량이지만, 승용차와 달리 연간 판매대수가 1000대 남짓으로 매우 적다. 

 

특히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환경 규제는 앞으로 더 큰 문제다. 다가오는 내연기관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7' 기준을 맞추고, 향후 대형버스의 전동화(EV) 전환을 이루려면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데 연간 1000대를 팔아 R&D 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의 흐름이 승용 전기차와 목적기반차량(PBV)으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아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밑빠진 독이 될 수 있는 대형버스 사업을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가 대형버스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아가 빠지면 이 공백은 사실상 현대차의 '유니버스(시장 점유율 약 60%)'가 메우게 된다. 독점 체제가 굳어지면 차량 가격 인상 방어나 부품 수급 등에서 운수업체들의 협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중국산 버스의 공세다. 이미 국내 시내버스(전기버스) 시장은 BYD 등을 필두로 한 중국산 브랜드가 점유율 50%를 돌파했다. 이들은 막대한 보조금 혜택과 국산 대비 30% 이상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전세버스 등 대형 상용차 시장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전세버스 사업자들은 주문에서 인도까지 2년가량 걸리는 전세버스 특성상 갑작스러운 계약취소에 따라 당장 차령 만료(기본 11년, 최대 13년)로 대폐차를 못하게 되면 전세버스 대란이 우려된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기아 그랜버드 단종은 단순한 모델 단종을 넘어, 국가 대중교통 인프라를 지탱하는 상용차 공급망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