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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의 ‘본업비율 제한 규제 완화’ 요구…과연 정당한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6-03-02 21: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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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금조달 경쟁력 렌터카사보다 훨씬 우위…공정한 경쟁 의문

작년 11월 20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업권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중앙이 이억원 금융위원장.


최근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여신전문금융사(캐피탈사)의 렌탈 취급 한도 완화 방안에 대해 렌터카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캐피탈사들은 장기렌탈 자산이 리스 자산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본업비율 제한 규제(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금융당국에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본업비율 제한은 캐피탈사가 부수 업무를 수행할 때, 그 규모가 본업(할부, 리스 등)의 규모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캐피탈사의 렌탈 자산(분기 평균 잔액)은 리스 자산(분기 평균 잔액) 규모를 초과할 수 없다.

 

◇ 장기 렌터카 시장 급성장…캐피탈사들 배 아팠나?

 

장기 렌터카는 차량 유지·보수 등 관리 부담이 적고, 보험료나 자동차세도 별도로 납부할 필요가 없어 소비자 편의성이 높다. 이에 기업·법인 중심으로 이용이 늘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캐피탈사들은 본업비율 규제로 인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어렵다. 렌터카 대수를 늘리려면 반드시 본업인 리스 자산도 함께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캐피탈사들은 렌터카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불만이다. 캐피탈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으로 분류돼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받는 반면, 렌터카사들은 국토교통부 소관 규제를 적용받아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고 주장한다.

 

취등록세·자동차세 및 공채매입 할인 가격까지 두 업계 간 세금 부담 격차도 10배 이상이라고 지적한다. 

 

캐피탈사들은 작년 11월20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여신전문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렌탈 취급 한도 완화를 공식 건의했다. 

 

캐피탈사들은 단기렌탈을 취급하지 않는 만큼 중·소상공인 업체의 영역을 침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규제 완화 필요성을 내세웠다.

 

규제 완화로 캐피탈사들의 장기렌탈 취급이 늘어나 경쟁이 심화되면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캐피탈사들의 애로 사항과 주장에 공감하며 규제 완화 검토에 긍정적인 모습이다.

 

◇ 본업비율 제한 규제의 본래 취지 잊지 말아야 

 

혹시 금융당국은 캐피탈사의 본업비율 제한 규제의 본래 취지를 잊은 것이 아닐까? 본업비율 제한 규제의 취지는 여신 업무보다 실물 렌탈업 등에 과도하게 치중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것을 방지하고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의아스럽게도 캐피탈사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불공정 규제 속에서도 뛰어난 성장률을 보였다. 

 

전국렌터카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전체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상위(1~30위) 전업 렌터카사가 44.05%, 상위 캐피탈사가 44.01%로 두 업권 합산 비중이 88.06%에 달했다. 

 

캐피탈사는 규제 환경 속에서도 렌터카 시장의 절반 가까이 장악했다. 중소형 렌터카 업체의 비중은 11.94%에 그쳤다. 

 

같은 기간 렌터카 등록 대수 성장률은 전업 렌터카사가 6.5% 증가에 그친 반면, 캐피탈사는 29%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중소 렌터카 업체의 성장률은 4.88%에 불과했다.

 

이 같은 수치를 볼 때 캐피탈업계의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지금보다 더욱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욕심은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규제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캐피탈과 렌터카사들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 양측 간 공정한 경쟁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

 

우선 양측은 사업구조 자체가 다르다. 장기렌터카는 겉으로 보면 동일 상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용 구조와 리스크 부담이 상당히 다르다.

 

렌터카사는 차량을 직접 매입해 자산으로 보유하고 정비 네트워크 운영, 사고 처리, 보험 관리, 고객 응대, 계약 만기 후 중고차 처분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실물 자산운영 사업이다. 

 

차량 감가상각과 잔존가치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고스란히 사업자가 부담한다. 차량 확보와 정비 인프라 구축, 인력 운영 등 고정비 비중이 높은 구조다.

 

반면, 캐피탈사는 자본력을 기반으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사다. 금융 기반 자금조달에 강점을 갖고 있어 캐피탈사가 렌탈사업을 확장할 경우 렌터카사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장이 왜곡될 수도 있다.

 

캐피탈사들이 보유 차량 수를 빠르게 늘리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되면 고정비 부담이 큰 렌터카사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으며 수익성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캐피탈사들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 렌터카업계의 압도적인 1,2위 업체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도 힘들겠지만 단기렌터카에 의존하는 영세 중소 렌터카사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현재 캐피탈사들은 단기 렌터카 사업을 직접 할 수 없다. 금융당국도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단기 렌터카 시장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영세 중소 렌터카사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캐피탈사에 대한 규제 완화는 캐피탈사들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 자명하다. 금융당국은 물론 캐피탈사들도 본업비율 제한 규제의 본래 취지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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