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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택시 운전’ 맘대로 일하게 놔둬라!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5-09-28 2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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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망한 판인데 노동시간 규제 무슨 의미가 있나

지난해 10월 열린 부산 법인택시 운수종사자 채용박람회


법인택시 운전기사들은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에 의거해 주 4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 이 법은 법인택시 기사에게 주 40시간 이상 소정근로시간을 의무화하고 일정 수준의 월급을 보장한다.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노동 존중을 위해서는 근로시간이 적을수록 좋은데 오히려 ‘이하’가 아닌 ‘이상’으로 일하라고 정한 게 참 의외다. 근로시간 줄이자고 주 4.5일제 주장이 나오는 시대임에도.

 

이렇게 된 이유는 택시회사들이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실제 근로시간은 그대로 둔 채 고정급 책정의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하루 10시간을 일해도 소정근로시간이 일부 지역에서는 심지어 2, 3시간에 불과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정부는 아예 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버렸다. 이 제도는 2021년 1월부터 서울에서 우선 시행됐고, 지난해 8월20일 전국 확대를 앞두고 있었으나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대로 2026년 8월19일까지 2년간 전국 확대가 유예됐다. 

 

더불어 국토교통부가 1년 동안 전국 택시업계 운영 실태를 조사해 종합 대책을 마련한 뒤 국회와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택시발전 TF팀을 발족해 이해관계자 협의를 거쳐 지난 8월 국회에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현행 택시발전법은 내년 8월20일 전국 시행을 못박고 있어, 그 전에 개정안을 확정해야 한다. 

 

택시 노사, 한 목소리...근로형태 유연화 입법화 요구


이와 관련, 택시업계는 노사가 공히 소정근로시간을 노사합의에 따라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과 함께 택시노조 양대 산맥인 전국택시노조연맹, 민주택시노조도 법인택시 근로형태 유연화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택시 사측은 주 40시간 이상에 따른 최저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어 업계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저임금 월급제 시행을 위해선 기사 1인당 최소 500만원 안팎의 운송 수입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택시 공급 과잉상태에 요금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획일적이고 경직된 근로형태로 신규 운수종사자가 급감하고, 기존 운수종사자는 고령화하는 등 전례 없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토로한다.

 

노조는 노조대로 주 40시간 이상이라는 과도한 근무 강제가 운수종사자 이탈을 가져오고 고성과자의 실질소득 감소, 고령 기사들이 장시간 노동을 버티기 힘들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사실상 이해관계가 다른 노사가 이처럼 함께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런데 최근 전국의 법인택시기사 수를 보면 노사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이해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법인택시 운전자는 7만2555명으로 10년 전인 2015년 말 11만6186명에 비해 37.5% 감소했다. 4년 반 전인 2020년 말 8만5169명에 비해서도 14.8% 줄어들었다.

 

실제로 법인택시는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법인택시의 가동률은 2019년 50.4%에서 2022년 32.5%로 급감했고 이후로도 30%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서울 법인택시는 지난 6월 기준 2만2567대로 이 중 31.2%인 7047대가 아예 번호판을 떼어놓고 휴업 상태다. 운수종사자 연령도 65세 이상 노인이 절반을 넘는다.

 

일반 제조업 공장이 이 정도라면 대부분 망했을 것이다. 실제로 전국의 법인택시 수는 10년전인 2015년 말 1700개사에서 올 7월 1630개사로 70개사가 감소했다. 현재 회사가 휴업 중이거나 법정관리 중인 곳도 꽤 있다.

 

서울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먼저 월급제를 도입했어도 옛날처럼 사납금제로 운영하는 업체가 많다. 심지어 도급하는 택시회사들도 적지 않다. 모두들 “망하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논리를 앞세운다. 이런 판에 소정근로시간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의문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 정말 필요할 때만 해야


정부의 시장 개입은 마지못해서 해야 하고 정말 필요할 때만 해야 한다. 지나친 정부 규제는 시장을 망하게 한다. 주 40시간 이상 월급제가 현장에서 안착하지 못해 떠난 운수종사자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지금 법인택시가 그 꼴이다.

 

과거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타다'는 택시와는 달리 운전자 모집에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오히려 운전자들이 대거 몰려와 좋은 운전자를 선별해 채용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는 무엇보다 운전자들이 자기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선택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많은 청년들이 전통 운수업인 택시·버스 보다 ‘배달 대행’을 선호하는 이유도 아무 때나 일하고 싶을 때 일을 할 수 있어서다. 그들 입장에서는 자격 따는 절차도 복잡하고 수입도 시원치 않는 데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일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게 이 바닥 현실이다.

 

정부 규제는 보호할 산업이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망해가는 산업(법인택시)에 규제를 하면 자해용 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주 40시간 이상 월급제든,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납부하는 사납금제든, 수입금액을 회사와 몇 대 몇으로 나누는 성과급제든, 개인이 자율운행하는 리스제든, 파트타임으로 일하든 법인택시 운전기사들 맘대로 일하게 놔둬라! 아파서 죽어가는데 우선 사는 게 급선무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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