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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운전사고 증가…해법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5-08-23 13: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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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부 면허·안전장치 의무화 등 제시…연령별 맞춤식 대책 나와야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장


고령자 운전사고 증가와 함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책으로는 조건부 면허제 도입, 안전장치 의무화 등이 제시된다.

 

노인이 되면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등 운전에 중요한 신체·인지 능력이 저하된다. 일반 운전자가 도심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응하는 시간은 0.7초이지만, 65세 이상 운전자는 1.41초로 두 배가 걸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심각한 상황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19만6349건)는 감소했지만,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는 4만2369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전체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14.8%에서 지난해 21.6%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고령 운전자 지속 증가…2030년엔 725만명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해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761명으로 2023년(745명)에 비해 2.1% 늘었다. 전체 사망자(2521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2%를 차지, 연령대별에서 가장 높았다.

 

정부는 사고 위험이 큰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려고 10만∼30만 원씩 교통카드, 상품권을 주며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성과는 미미하다. 

 

고령 운전자는 고령 인구의 증가와 함께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368만 명이던 고령 운전자 수는 2030년 725만 명, 2040년에는 1316만 명이 운전면허를 소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현상은 우리나라 만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나라들은 고령 운전을 규제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미국은 고령 운전자 관리에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마다 운영 방식이 다른데, 대개 의료 검진과 함께 필요한 경우 도로 주행 시험을 다시 치르도록 한다. 그리고 운전 능력에 따라 운전 거리, 시간, 속도 등을 구체적으로 제한한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한다. 

 

독일과 호주 일부 주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도입했다. 영국은 운전자들이 자신이 복용 중인 약물과 의료 정보를 운전면허국에 알려야 한다. 만약 운전자의 건강 상태가 운전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될 경우 운전면허국은 면허 포기를 권고할 수 있다.

 

◆PMSA·AEBS 등 사고감소 효과 높아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는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운전면허 갱신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이어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나 “노인에게 운전대를 놓으라는 것이냐”는 거센 반발 여론에 부딪혀 검토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차량의 안전 기술, 즉 페달오조작방지장치(PMSA)나 자동긴급제동장치(AEBS) 등을 고령자 운전 조건에 포함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페달오조작방지장치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급하게 밟는 실수를 막기 위해 차량 출력을 차단하거나 자동으로 제동을 거는 장치다.

 

자동긴급제동장치는 주행 중 운전자가 앞을 보지 못하고 제동하지 않을 경우, 차량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돌을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다.

 

두 장치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022년 자동차기준 국제조화회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차량에 페달오조작방지장치를 장착할 경우 관련 사고가 63% 줄어들었고, 자동긴급제동장치까지 함께 탑재하면 예방 효과가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일본은 지난 2017년 고령 운전자의 사고 방지를 위한 기능을 갖춘 '서포카S' 차량을 도입하고, 보조금을 통해 차량 교체를 지원했다. '서포카S'는 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해 충돌이 예상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비상 자동 제동 장치와 가속 페달을 밟아도 급발진하지 않도록 연료를 차단하는 억제 장치를 갖추고 있다.

 

'서포카S' 차량의 10만 대당 인명 사고 건수는 일반 승용차보다 4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이밖에도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인지기능 검사를 의무화하고 교통 법규 위반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실제 차량을 탄 채 기능 검사를 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했다.

 

고령 운전자들에게 무조건 운전대를 놓으라고 할 수는 없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방이나 생계형 운전자들은 핸들을 쉽게 내려놓기 어렵다.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호하고 연령별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혜택을 달리하는 등 맞춤식 해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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