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자동차운송업의 사양화…남은 이들을 위한 정치는?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5-08-17 21:09:29

기사수정
  • 국가 필수산업·공공영역인데 정부가 심각한 상황 인식해야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자료 사진)
 

사양산업(斜陽産業)은 새로운 기술,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지 못하고 점차 쇠퇴해가는 산업을 뜻한다. 사양산업은 국가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데 선진국의 경우 방직산업, 신발제조업 등을 사양산업의 예로 볼 수 있다.

 

사양산업은 사회의 구조적·장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매출·이윤·고용 감소 문제를 동반한다. 우리나라 택시·버스·화물 등 자동차운송업도 자가용 자동차 증가와 철도(지하철) 발전 등으로 사양산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운송업의 사양화는 종사자 수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되고 있는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당연히 일차 책임은 사업자들의 몫이지만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법인택시의 경우 운전기사 부족으로 가동률이 평균 30%대에 불과하며, 버스는 준공영제 도입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운송업에 새로 뛰어드는 젊은 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한다. 물갈이(?)가 제대로 안 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택시기사 가운데 47%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전국의 버스 운전기사(시내·시외버스, 마을버스, 고속버스, 전세버스)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9%다. 마을버스가 특히 심해 65세 이상 비율은 41%에 달한다. 화물차는 일반(법인) 운전기사의 평균 연령은 56.4세이지만 개인(용달, 개별)은 66.2세다. 

 

이처럼 자동차운송업 운전기사의 연령이 높은 이유는 20~30대 젊은 연령층의 유입 자체가 거의 없고, 신규인력이 유입되더라도 대부분 중·장년층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내의 모든 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43.4세다.

 

자동차운송업은 대체로 노동 생산성이 높지 않은 편이고 기업 규모도 영세해 대부분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솔직히, 고학력 대졸 출신이 많은 우리 청년들이 선호할 만한 일자리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65년 대학 진학률은 7%에 불과했지만 2024년엔 75%에 달했다. 청년세대 4명 중 3명이 대졸 출신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택시·버스는 누가 운전하고 수출물품이나 생활용품은 누가 나르나?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도래한다면 자동차운송업의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자동차운송업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인 데다 성급히 단정할 수 없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운전기사)들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두고, 더 좋은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노동도 사람이 하는지라, 노동시장은 생각보다 경직적이다. 어쩌면 그 일밖에 할 줄을 몰라서 포기하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실제로 나이 든 운전기사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상당한 이유다.

 

택시회사들이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해 난리라고 해도 아직 이 시장에는 7만 2000여 명의 법인 택시기사들이 남아 있다. 택시를 포함해 버스·화물 등 자동차운송업 종사자는 운전기사만 80만 명이 넘는다. 경영자, 관리자, 정비직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에 가깝다.

 

자동차운송업은 국민의 이동권 보장과 물류산업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국가의 필수산업이다. 순수한 민간의 영역으로만 볼 수 없으며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정부가 사업 면허 수도 관리하고, 유가보조금이나 세제 지원도 해주며, 요금도 정해준다.

 

그런 만큼 자동차운송업이 몰락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동차운송업의 위기가 장차 어떤 사회·경제적 충격을 가져올지를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서둘러 정해야 한다. 

 

사람처럼 산업이나 기업도 생로병사를 겪는다. 기술이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산업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사양산업이라고 여겨지는 산업이 반대로 성장산업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운전밖에 할 줄 몰라서 ‘남은 사람들’이다. 이들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테지만 남은 자들을 위한 정치도 절실하다.


이병문 기자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