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15% 관세를 적용하는 내용의 한미 무역협상 결과가 31일 발표되자 한국 자동차업계는 현행 25%의 고율 관세율이 낮춰졌다는 점에서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최대 경쟁국인 일본, EU(유럽연합)와 비교해 같은 조건이기에 유리한 환경은 아니더라도 한국산 차만 손해를 보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다.
한미 무역협상 발표 후 현대차·기아는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며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해주신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관세율 하향 조치는 현대차·기아의 수익성 개선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부터 25%의 자동차 관세로 큰 타격을 입었다. 현대차·기아가 2분기 영업이익에서 본 손해는 총 1조6142억원으로, 이로 인해 현대차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15.8%, 기아는 24.1% 감소했다.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6% 줄었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지난 10년 가까이 미국에 자동차를 무관세로 수출해왔다. 일본과 EU가 적용받는 15% 관세는 기존 2.5%에 자동차 품목 관세 12.5%를 더한 수치라는 점에서 한국도 기준점 격인 12.5%까지 관세를 내리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관세 협상 관련 브리핑에서 한국 측 협상단이 마지막까지 12.5%를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5%를 관철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 EU가 미국 시장 내에서 동일하게 1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 만큼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혼다를 비롯한 일본계 7개 브랜드의 판매량은 588만대(점유율 37.1%)였고 독일 3사를 포함한 유럽계 브랜드는 162만대(10.3%)를 판매했다. 현대차·기아는 총 170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10.8%를 차지했다.
현대차·기아는 25%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미국 판매 가격을 동결해왔다. 최대 경쟁사인 도요타, 혼다 역시 마찬가지다. 가격 경쟁력에 민감한 대중 브랜드 특성상 가격 인상 즉시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길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에서는 15%로 관세율이 낮아진 상황에선 가격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나 유럽의 고급차 업체들은 가격을 올릴 수 있으나 양산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어렵다"며 "10%대의 원가절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에 일단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