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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 공유 빗장 푼 日,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4-04-17 19: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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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회사가 운행 관리 맡아…지역 할당·특정 시간대만 허용

일본 도쿄에서 자가용을 이용한 유료 운송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8일 운전자가 '승차 공유'를 뜻하는 '라이드 셰어' 안내판 위치를 조절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본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가 시작됐다. 미국 우버, 동남아시아 그랩 등 이미 2010년대부터 세계 여러 곳에서 보편화된 서비스지만, 일본에서는 높은 규제 장벽에 막혀 지금껏 시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택시기사 인력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정부와 택시업계가 조심스럽게 도입에 나섰다. 지난 8일 도쿄도와 교토시에 이어 요코하마시와 나고야시도 이달 중에 승차 공유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삿포로, 센다이, 사이타마, 지바, 오사카, 고베,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8개 도시는 내달 이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기존 12곳 이외 지역에 대해서도 특정 시간대와 요일에 택시가 부족하다고 인정되고 사업자가 참여할 의향이 있다면 차량 공유 도입을 인정할 방침이다.

 

승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한국 카카오T와 유사한 일본 택시 호출 앱 ‘고(GO)’ ‘에스라이드’ ‘우버’ 등을 통하면 된다.

 

우버에선 ‘자가용 택시’를 선택하면 승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일본 앱에선 승차 공유 서비스만 이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택시만 이용하거나 승차 공유를 포함해 호출하겠다는 선택지만 있다. 

 

예를 들면,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무작위로 주변에 있는 택시나 승차 공유 차량이 지정된다. 승차 공유 차량이 와도 요금은 택시와 같고 현금 결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앱으로 호출하면 거의 일반 택시가 온다. 승차 공유 서비스가 시작은 됐지만, 아직 피부로 체감할 수준은 아닌 것이다.

 

일본의 승차 공유 서비스는 미국이나 동남아시아 등과 차이가 상당하다.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다기보단 일손이 부족한 택시업계에 인력을 추가로 공급한 고육지책 성격이 강하다.

 

승차 공유 서비스의 운행 관리도 기존 택시회사가 맡는다. 최근 2년간 사고 경력이 없는 차량 소유자가 기존 법인택시 회사와 계약을 맺어야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차량 호출 앱 회사는 승차 공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 없다. 운전대를 잡기 전 음주 여부 체크를 비롯해 각종 서비스 고지와 운전자 교육, 근무 관리 등도 택시회사와 기사의 몫이다.

 

승차 공유 차량이 승객에게 받는 요금 역시 택시회사로 들어간다. 승차 공유 기사는 회사로부터 시급을 받는다. 보통 1시간당 시급 1400엔(약 1만2500원)과 매출의 일부를 준다. 사납금 제도는 없다.

 

운행 가능 시간 및 요일도 엄격히 제한돼 있다. 도쿄의 경우 평일은 오전 7∼10시에 한해 최대 1780대, 금요일 밤 12시∼토요일 오전 4시에는 2540대만 영업을 허용한다. 관광객이 많은 교토는 금∼일요일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택시 호출 앱 데이터를 토대로 각 지역의 부족한 택시 수를 산출해 주요 택시회사에 공유 승차 서비스 가능 대수를 할당했다. 또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일본이 서비스는 도입했지만 이처럼 많은 제한을 둔 것은 한국 등에서 승차 공유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이 벌어지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택시회사가 관리한다는 조건으로 승차 공유의 첫발을 뗐다.

 

일본이 승차 공유를 도입한 근본 이유는 택시기사 부족난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한국보단 다소 사정이 낫다고 하지만, 일본 역시 고된 노동에 비해 임금이 낮아 택시업계는 고질적으로 인력난에 허덕여 왔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06년 38만 명이던 전국 택시기사 수는 2022년 22만 명으로 40%가량 감소했다. 택시기사의 평균 급여는 월 29만 엔으로 일본 전체 평균 임금(월 34만 엔)보다 낮다.

 

택시 기사 평균 연령이 60세가량일 정도로 고령화도 심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운전대를 놓은 택시기사의 상당수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회복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택시 이용자 수는 크게 늘어나 택시기사 확보는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6월부터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허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회사는 전면 허용을 반대하고, 스타트업 업계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등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승차 공유 확대와 함께 일본에서는 시간대 및 요일에 따라 요금을 차별화하는 이른바 ‘다이내믹 요금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택시, 버스 등 운수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허용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현재 외식업, 간호, 숙박 등 12개 분야에만 허용한 ‘특정기능 1호’ 비자 업종에 자동차 운송을 포함시켰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버스, 택시, 트럭 등 운수업에 종사할 외국인 2만4500명을 받는다. 특정기능 1호 비자를 받으면 5년간 일본에 체류할 수 있다.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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