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응급환자 이송보다 돈벌이 급급한 ‘사설 구급차’ 도마 위에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10-17 14:52:38

기사수정
  • 총알택시처럼 불법 운행 성행하지만 실제 단속은 쉽지 않아
  • 이용료 수입보다 인건비 지출이 더 큰 업계 구조도 문제

사설 구급차.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그룹 지오디(god) 출신의 가수 김태우가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 행사장에 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신이 높았던 영업용 구급차(사설 구급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설 구급차는 소방청 구급차(119)를 보완하는 성격을 지닌다. 119 구급차는 각 시·도 소방본부에 소속돼 관할 구역을 벗어날 수 없지만 사설 구급차는 지역 간 이동이 가능하고, 크게 위중하지 않은 환자도 옮길 수 있다. 

 

사설 구급차는 이미 오래전부터 난폭운전, 바가지요금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일부 업체들은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길을 비켜주는 다른 운전자들의 선의를 악용해 가수 김 씨의 사례처럼 ‘총알택시’ 같은 돈벌이를 한다.

 

구급차를 긴급한 용도로 운행하지 않을 때 경광등을 켜거나 사이렌을 작동하는 것은 엄연히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하지만 실제 단속은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현재 응급환자이송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사설 구급차 업체는 전국에 143곳이 있으며 구급차 수는 모두 1164대다. 구급차 중 제세동기 등 응급의료기기를 구비한 특수 구급차는 70%가 넘는다.

 

응급환자이송업 허가를 받아 사설 구급차 업체를 운영하려면 특수구급차를 5대 이상 보유해야 하고 자본금도 2억원 넘게 있어야 한다. 또 면적 66㎡ 이상인 사무실과 차고지도 확보해야 하며 특수구급차 1대당 운전기사 1.6명과 응급구조사 1.6명도 둬야 한다.

 

사설 구급차의 이용료(이송처치료)는 일반 구급차의 경우 기본요금(10㎞) 3만원에 1km를 초과할 때마다 1000원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특수 구급차는 기본요금 7만5000원에 1300원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는 총 20%의 할증이 적용된다.

 

이송 처치료는 구급차에 장착된 미터기에 의해 계산한다. 카드 결제는 물론 현금영수증도 발급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환자에게 현금 결제를 유도하거나 바가지를 씌우는 행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부 운전기사는 왕복, 장거리 운전이나 응급 처치 비용, 보호자 탑승료, 대기비 등을 추가 요구하기도 한다.

 

특수구급차에는 응급구조사가 반드시 탑승해야 하지만 비용을 아끼려고 이를 지키지 않는 곳이 많으며, 차 안에 제대로 된 의료기기와 약품조차 없는 ‘깡통 구급차’도 성행한 지 오래다. 

 

경찰이 사설 구급차의 불법 운행을 도로에서 단속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불법이 의심되는 구급차를 멈춰 세웠다가 실제로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가 타고 있으면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연히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구급차에는 응급환자가 타고 있을 거라고 믿고 다른 운전자들도 길을 터주는 것”이라며 “도로에서 구급차를 멈춰 세운 뒤 응급환자의 탑승 여부를 확인해 단속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설 구급차 업체의 불법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리 주체인 보건소가 상시 점검할 여건이 안돼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2년에 한 번씩 지역 보건소와 합동점검을 통해 차량 위생이나 응급 처치 기록지 등을 확인하지만, 바가지요금 등 행태는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설 구급차의 불법 행위를 업체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입보다 인건비 지출이 더 큰 업계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법정 기준에 따라 직원들을 고용하면 반드시 잉여 인력이 생기는 반면, 수입이 되는 이송 처치료는 2013년 당시 20여년 만에 한 차례 인상한 게 전부다.

 

업계 관계자는 “사설 구급차도 어찌 됐든 돈을 벌어야 하지 않냐? 돈을 벌 환경은 안 만들어주고 기준만 높이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이송 처치료를 현실화하거나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급차를 목적 외로 이용하다가 적발되면 운전자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업체는 최대 6개월 동안 업무가 정지되거나 허가가 아예 취소된다. 


가수 김태우를 행사장까지 태워주고 돈을 받은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과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 혐의까지 더해져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태우는 벌금 500만원에 처해졌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지난해 가장 붐빈 도로는?
  •  기사 이미지 교통사고 피해자 자녀 양육비, 무상지급 아닌 대출…헌재 "합헌"
  •  기사 이미지 '배달 교통안전 문화 조성' 민·관 맞손
오늘의 주요뉴스더보기
사이드배너_정책공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