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초등학교 수학여행 갈 때 노란버스만 타라고?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8-24 22:27:38

기사수정
  • 법제처·경찰청 “전세버스도 어린이 통학 차량 지침 따라야”
  • 교육 당국·전세버스업계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조치”

수학여행 버스.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갈 때 노란버스(어린이통학버스)만 타야 한다고 내린 법제처 유권해석이 전국 초등학교와 전세버스 업계에 큰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24일 교육 당국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 등 비정기 운행 차량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되면서 관련 규정을 갖춘 차량을 구하기 어려워 올가을 전국 초등학교 곳곳이 수학여행을 무더기로 취소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사태의 시작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교육청은 법제처에 “현장체험학습도 도로교통법상 어린이통학버스 이용 대상에 해당하느냐”고 법령 해석을 요청했다.

 

법제처는 도로교통법 제2조 제23호 등 관련해 교육과정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비상시적인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의 이동은 ‘어린이의 통학 등’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경찰청은 이를 근거로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등 비정기적인 운행 차량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교육부와 전국전세버스연합회 등에 규정준수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어린이 통학버스를 신고하지 않고 운행할 경우 운영자에 과태료 30만원이 부과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어린이들이 전세버스를 이용해 수학여행을 떠날 때도 노란색 스쿨버스를 빌려야 한다는 의미다.


각 시도 교육청은 이런 지침을 교육부로부터 받고 비상이 걸렸다. 당장 올가을부터 각 초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예정하고 있는데 어린이들을 실어 나를 버스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든 초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이나 소풍 등을 전면 취소하는 분위기다.

 

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의 수학여행 일정이 특정 시기에 몰려 있고, 어린이통학차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세버스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한 마디로 학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전세버스 업계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전면 해제 이후 모처럼 수학여행 대목에 기대가 부풀었는데 학교로부터 예약 취소가 줄을 잇자 다시 울상이 됐다. 강원의 한 업체는 9월 수학여행 운행을 위해 학교들과 계약한 버스 중 64대가 예약 취소됐다고 밝혔다. 

 

전세버스를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하려면 차량 전체를 노란색으로 칠해야 하고 어린이 탑승 안내 표지를 설치해야 하며 어린이 체형에 맞춘 안전띠 설치, 운전자의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교육 이수 등이 필수다. 이 같은 조건을 채우는 전세버스는 당연히 거의 없다.

 

그렇다고 당장 지침에 맞도록 버스를 개조하기도 어렵다. 좌석을 모두 교체해야 하는 등 1대당 500만원 이상 개조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어린이통학버스에 맞게 버스를 개조하면 어린이 사용이 없을 때 통근이나 관광 등 다른 용도로 빌려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한 대당 2억원이 넘는 버스를 1년에 몇 번 되지 않는 학교 행사에만 사용하기 위해 목돈을 들여 개조할 회사가 어디 있겠나”고 반문했다.

 

같은 법을 두고 해석이 갑자기 뒤바뀌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 경찰청은 어린이 주거지와 교육시설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통학을 어린이통학버스로 규정했기 때문에 현장체험학습 등 비정기적인 운행의 경우 별문제가 없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24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신청사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일 년에 1~2차례 이용하는 버스를 노란 스쿨버스만 이용하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법제처 유권해석이 교육현장과 너무 동떨어져 있고, 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에 경찰청 차원에서 재해석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전국택시공제조합_02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제12회 카포스 자동차 정비인의 날’ 행사 개최
  •  기사 이미지 국토부 대광위, 수도권 남부지역 교통편의 제고 방안 마련
  •  기사 이미지 국토부, 2024 교통대토론회 개최
오늘의 주요뉴스더보기
사이드배너_정책공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