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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위반 공익신고 급증세…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7-03 10: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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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각심 제고, 안전운전 효과” vs “감시·불신사회 조장”

자료 경찰청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가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운전자 경각심 제고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남용·남발하는 신고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접수된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는 290만7254건으로 2020년(212만8443건) 대비 36.5% 증가했다. 3년 전인 2018년(104만281건)과 비교하면 179%, 6년 전인 2015년(49만6475건)에 비해 485% 폭증했다. 올해는 30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익신고는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은 운전자를 시민이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제도로 지난 2013년 도입됐다. 2016년부터는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 앱으로도 신고가 가능해지면서 활성화됐다.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위반과 같은 중대 법규 위반 사례부터 끼어들기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위반 사례도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신고 건수가 늘어날수록 취미 삼아 신고하거나 보복성 신고를 하는 사례가 늘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경미하거나 순간적인 위반 사례를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신고를 당한 운전자의 반발심을 불러오고, 경찰도 업무 폭증으로 부담을 느끼는 수준에 달하고 있다.

 

자기 집 앞에 차를 세워놓는 40대 직장인 A씨는 툭하면 주차위반 신고를 당하는 통에 월 주차료를 주고 근처 사설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 A씨는 “자기 집 앞에도 차를 세워놓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며 “신고자가 고의적이고 특정인일 것으로 추측돼 잡아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부질없어 그만뒀다”고 말했다.

 

최근 살면서 처음으로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다는 자영업자 B씨는 “자전거 전용 지정차로를 위반했는데, 신고당한 장소는 대부분의 차량이 우회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시적으로 지나게 되는 곳”이라며 “억울하다는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익신고를 접수하는 경찰도 업무량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관계자는 “2~3명이 교통법규 공익신고 처리를 담당하는데 지난해 2만건 정도를 처리했다”며 “업무처리량이 워낙 많은데다가 신고자는 처리 현황을 수시로 확인하며 경찰관을 압박하고,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람은 경찰서에 와서 항의하는 일이 잦아 직원들 간에는 기피 업무가 됐다”라고 말했다.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가 급증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IT(정보통신) 발달 때문이다. 과거에는 증거자료를 들고 경찰서 민원실 등을 직접 방문해야 신고가 가능했으나 2015년 ‘스마트 국민제보’ 웹사이트와 앱이 운영되면서 신고가 활성화됐다

 

고성능 카메라와 고화질 블랙박스 확산도 주요 원인이다. 교통법규 위반 사례 증거로 쓰려면, 사진이나 영상에 위반 차량 번호판이 식별 가능할 정도로 선명하게 찍힌 상태에서 위반 순간이 담겨야 한다. 발생 장소와 시간도 정확해야 한다.

 

과거에도 교통법규 위반 신고가 있었지만 요건을 엄격하게 따지다 보면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고화질 영상이 증거자료로 활용되고, 신고 웹사이트와 앱이 운영되는 등 신고 절차가 간단해지면서 건수가 늘어났다.

 

현재 교통법규 위반 신고는 경찰청 ‘스마트국민제보’,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등에서 가능하다. 세 곳 모두 웹사이트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앱으로도 할 수 있다. 신고할 때 드는 시간도 몇 분밖에 들지 않는다.

 

이처럼 신고 절차와 증거확보가 쉬워지다 보니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고를 취미로 한다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제보 건수가 수십건, 수백건에 달하는 신고자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자들은 운전자 경각심을 높이고 안전운전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하지만, 신고의 남용·남발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높다. 도로 곳곳에 과속 단속 장치와 CCTV가 달려있고, 여기에 개인의 스마트폰, 차량 블랙박스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24시간 ‘감시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활성화된 이후 운전자들은 ‘언제 어디서 신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도로교통법을 보다 잘 지키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신고 당한 이가 ‘보복 신고’를 하고, 사소한 신고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신고가 교통 환경을 개선하고, 단속의 빈자리를 채우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무분별한 신고는 오히려 시민들 간의 불신을 조장하거나 신뢰를 저하한다”며 “지나친 신고를 자제하게 할 묘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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