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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크로퍼드 “운전이 인간을 자유롭게, 인간답게 만든다”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4-02 17: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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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운전하는 철학자’…“자율주행차가 인간 자율성 말살할 것” 경고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인간이 더이상 운전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모든 차에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되면 인간이 직접 운전대를 돌리고 경로를 선택하며 느끼는 스릴, 재미, 자율성이 말살되며 새로운 윤리적 문제까지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책이 나왔다.

 

미국에서 정치철학을 연구하며 모터사이클 수리점을 운영하는 매슈 크로퍼드는 자율주행차에 타고 있는 인간은 운전자도, 도로 위의 주권을 지닌 시민도 아닌 그저 승객일 뿐이라고 말한다. 더이상 도덕적 판단의 여지도 없다. 사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보행자와 다른 자동차라는 두 위험요소를 감지해 하나를 선택할 경우, 그 선택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인간의 몫이 아니다.

 

예컨대 사고가 불가피한 비상 상황에서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AI)이 보행자와 다른 자동차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다. 이때 해당 선택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인간이 아닌 AI에 전가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 AI에게 보행자나 상대방 운전자는 하나의 인격체라기보다는 위험요소로 인식될 뿐이다.

 

자동차는 우리가 인간다워지는 공간, 쉼의 공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공간 속에서 방향을 읽고, 스스로 이동함으로써 뇌 안에 있는 세상에 대한 인지지도를 완성해나간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3분의 2 이상이 운전할 때 노래를 부른다고 답했다. 3분의 1은 자신의 자동차에 인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운전은 도덕적 판단을 유발하는 기제다. 구불구불한 길에서 누군가 먼저 지나가도록 갓길에 차를 대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우아"하다. 물론 일상적 운전에서는 반대의 사례가 훨씬 많다. 그 역시 우아하진 않지만 일종의 도덕적 판단이다. 운전이 최소한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사회적 신뢰 회복에 대한 우리의 희망을 더 폭넓게 이끌 수 있는 단서"를 찾는다.

 

'블레이드 러너' 같은 디스토피아 영화에서는 자율주행차가 두드러진다. 자율주행차 속 인간은 승객이자 새로운 등급의 관리대상, 즉 행정적 신민(subject)처럼 보인다. 권력은 항상 최적화된 신민을 원한다. 

 

저자는 "운전은 직접적으로 나의 의지와 연결되어 있고, 다른 사람들과 구체적인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상호작용하는 한 방편"이라며 "고립된 신민들로 이루어진 자율주행차 사회는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더 유연하게 통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시공사. 지은이 매슈 크로퍼드. 성원 옮김. 448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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