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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운수단체 ‘후안무치’ 인사비리 만연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9-03-31 15:36:56
  • 수정 2019-03-31 20: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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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칙·기준 없이 “단체장 맘대로”…개인회사처럼 자녀·친인척 채용


▲ 직원 채용 과정에서 협회 이사장의 딸이 유일한 지원자로 합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는 경기도 Y협회.


일부 자동차운수단체의 인사 비리가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어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자동차운수단체는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위탁업무를 맡고 있는 비영리 공공법인임에도 마치 개인회사처럼 단체장과 임원의 자녀·친인척 채용·승진비리와 특혜가 만연해 공정인사 원칙과 기준 확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경기도 Y협회는 사무직 직원 채용 과정에서 협회 이사장의 딸이 유일한 지원자로 합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Y협회는 지난 20144월 의정부지부에 근무할 사무직 9급 직원을 채용했는데 단독으로 지원했던 협회 이사장 딸이 최종 선발됐다.


협회 정관상 직원 신규채용은 공개 채용을 원칙으로 전형방법을 공개하고 근거리 거주자를 우선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들은 해당 채용 공고가 외부인이 알 수 없게끔 폐쇄적으로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사장의 딸이 채용공고 한 달 전 거주지를 안산시에서 근무지인 의정부시로 옮긴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Y협회는 이사장 딸 채용 당시에도 정규직 전환을 한 달 앞둔 계약직 직원을 해고해 이사장 딸을 채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협회 이사장은 당시 공식적인 지원자가 아무도 없어서 단독지원한 자신의 자녀가 채용됐다고 해명했다. 얼마 전 누군가로부터 취업 청탁이 들어왔으나 이사회를 거쳐 채용하지 않았다이번 논란의 배경엔 음해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5년 전의 채용 비리에 대해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의아한 일이다. Y협회 이사장 말처럼 누군가의 취업청탁을 들어주지 않아서 불거진 사건이라면, 채용비리가 단체장뿐만 아니라 단체장 주변 사람들에 의해 평상시에도 광범위하고 묵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자동차운수단체의 채용·승진 비리, 특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취업비리 문제가 사회적 적폐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대부분 기업들이 크게 개선된 것과는 달리, 자동차운수사업자단체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인사비리가 만연했으나 여전히 그대로다. 오히려 관행으로 더욱 뿌리내리는 분위기라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서울 T연합회는 연합회의 유일한 상근임원인 상무가 회장의 조카사위다. 개인회사도 아닌 비영리 공공법인에서 회장이 바로 밑의 상무자리에 조카사위를 앉히는 일은 흔치 않다. T연합회는 십여년전 임원(전무)과 부장급 3명이 무더기로 그만둔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직원이었던 조카사위와 갈등이 원인의 하나가 됐다.


십여년전, 대전의 H협회 이사장은 공제조합 직원인 아들과 사실상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아들이 수차례 며칠간씩 무단결근을 일삼아도 아무런 조치가 내려지지 않자 노조가 항의농성을 벌였다. 결국 아들은 사퇴하고 이사장도 얼마 뒤 선거에서 떨어졌다.


과거 서울 T조합은 이사장과 사위가, 서울 G협회도 협회 이사장과 조카딸이 함께 근무했다. 이사장과 처남, 이사장과 사촌동생이 같이 근무한 곳도 있다. 단체장뿐만 아니라 단체의 임원, 또는 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인사청탁으로 일부 자동차운수단체에서는 그야말로 없는 직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자동차운수단체의 인사비리는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으며, 예외 없이 단체장과 임원들이 연루되어 있다. 아예 인사원칙과 기준이 없어 단체장이 마음대로 처리하기도 하며, 규정과 절차가 있더라도 형식적으로 진행된다. T연합회의 산하 공제조합의 경우 직원 채용이나 승진인사를 직원들이 먼저 알 정도다. 상당수가 짬짜미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채용비리는 한 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승진이나 특혜를 위해 또 다시 부정·청탁 인사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직원들은 본연의 업무보다는 로비와 윗사람 눈치보기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단체가 제대로 운영될 리 만무하다. 실제로 인사비리가 심하다고 소문난 단체일수록 발전은커녕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운수단체의 인사비리가 만연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조직의 수장인 회장이나 이사장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낮기 때문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단체장이 오히려 사적이익을 위해 비리를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또 선출직의 특성상 이와 관련된 인사 청탁을 뿌리치기가 어려워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끼리끼리 봐주기 탓에자동차운수단체의 인사비리는 이제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으나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자정능력이 있는지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J조합은 임원의 자녀, 친인척 특혜 채용이 만연하자 지난해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국토교통부가 감사를 통해 신규채용 절차가 부적절했음을 지적하고 시정명령을 지시했지만 J조합은 이를 무시하고 징계내용까지 바꿨다. 간 큰 행동이기도 하지만 어처구니없기도 하다.


수년전, T연합회에서 회장이 횡령사건으로 구속되자 국토부가 회장해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T연합회의 이사들은 민간 자율단체라는 이유를 내세워 이를 거부했다. 수치심을 느껴서라도 그만둬야 할 회장은 옥중결재를 하고, 수개월 뒤 회장이 감옥에서 나오자 이사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자동차운수단체의 인사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단체장과 임원들의 높은 도덕심과 강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회원들의 철저한 감시도 필요하다. 정부도 자동차운수단체의 인사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공정인사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인사비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리하고 샅샅이 파헤쳐서 바로 잡아야 한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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