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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서두르는 이유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8-12-25 19:24:31
  • 수정 2018-12-25 19: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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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익원 절실한 대기업의 무리수? 정부의 ‘4차 산업’ 환상?


▲ 지난 2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분신 사망한 택시기사를 추모하며 상여 행렬을 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카풀앱 서비스의 사업추진 의지를 꺾지 않고 있습니다. 택시기사 최 모 씨의 분신사망과 지난 2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10만 명 이상이 참가한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도 아랑곳없이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일단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계속적으로 시범 서비스를 통해 카풀이 택시 승차난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지, 기존 택시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한다는 입장입니다. 여론도 카풀에 우호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택시기사 분신사망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고, 수십만 택시기사의 분노를 촉발한 당사자가 이런 엄청난 사건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면서 기업이 이윤에 눈멀면 이렇게 냉혹하고 무책임하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들의 강조해온 합의상생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그동안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대립을 취재하면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카풀에 대한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택시업계의 극렬한 반발에도 왜 그렇게 카풀앱 서비스 출시를 서두르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이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바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카카오는 다음과의 합병 후 금융, 대리운전, 연예기획사 등 기술업체의 혁신과 무관한 분야의 진출이나 인수합병을 반복해 왔으나 안타깝게도 뚜렷한 사업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카카오는 2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려 네이버 매출의 절반에 육박했지만, 영업이익률은 8.4%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25%가 넘는 네이버의 1/3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교통사업을 분리해 카카오모빌리티라는 별도의 자회사를 세우고 카풀 업체 럭시252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여기에 미국계 사모펀드가 5000억 원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수익원 확보에 목을 매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서둘러 성과와 실적을 내야할 상황이다 보니 법·제도의 정비나 택시업계의 반대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카풀 서비스 강행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닐까요?


이윤에 눈 먼 기업이 거대한 자본을 앞세워 사회적·민주적 절차까지 파괴하는 지경까지 나아간 것입니다. 더욱이 공유경제‘4차 산업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명아래 말이죠. 이 같은 자본의 횡포는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현 정권에서는 엄청나게 중요한 사건이며 매우 꺼림칙한 일입니다.


두 번째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부의 기묘한 태도입니다. 그런 탓에 일부에서는 카카오와 현 정부, 정확히 말하자면 청와대 간의 특수 관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미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가 허가되고 특혜 주장이 대두되면서 정 모 청와대 비서관이 다음(현 카카오) 부사장 출신이라는 사실이 특수 관계의혹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국회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에 속해 있던 여당 의원의 보좌관이 카카오모빌리티에 입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현 정부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환상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현 정부는 예전의 정부들이 그랬듯이 뭔가 가시적인 성과와 실적을 내야하고 그 수단으로 ‘4차 산업공유경제를 삼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학교에서 덩치 큰 놈(카카오)이 힘없는 애(택시)를 폭행하고 돈 뺏고 있는데 선생이 뒷짐 지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때리는 놈은 어쩌면 공부 잘하는 학생인지도 모릅니다. 학교법인 이사장 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맞는 애는 공부도 못하고 힘없는 노동자의 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쟤는 맞아도 싸!”라고 하면 안 되는 일 아닙니까?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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