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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전액관리제’ 왜 실패했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8-09-05 13:35:16
  • 수정 2018-09-05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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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성 없는 법, 노사 모두 외면…1%도 도입안해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택시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전주시청 4층 난간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택시지부 조합원들이 전주시청사 4층 난간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오늘(5)로 벌써 6일째다. 이들은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전주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택시회사 대부분은 기사가 회사에 매일 일정 금액을 내고 나머지 수입을 갖는 사납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전국 1684개 택시업체 가운데 전액관리제를 도입한 업체는 13개사(0.77%) 뿐이다.


서울시의 경우 255개사 가운데 5개사, 광주광역시는 76개사 가운데 1개사뿐이다. 청주시의 경우 25개사 중 2개사만 도입했다. 전북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으로 전주는 21개사 중 2개사, 군산은 13개사 중 3개사가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액관리제는 사납금을 놓고 택시 노사가 임금협상이나 요금인상, 유가조정 때마다 분쟁이 심하게 일어나자 국토교통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했다. 말 그대로 기사는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회사는 이에 상응하는 월급을 지급하는 제도다.


19979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도입됐으며 3년간 유예를 거쳐 20009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택시회사는 물론 기사들도 이 제도를 외면하는 바람에 사실상 사문화된 실정이다.


이런 이유는 노사 모두에게 실익이 없어서다. 법에는 운송수입금의 수납과 납부만을 명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시행내용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래서 전액관리제를 도입한 회사들도 성과급 월급제로 운용해 사납금제가 이름만 바뀌었다는 지적이 높다.


사납금제는 정해진 금액을 입금시키고 나머지를 다 갖고 갈 수 있으나 전액관리제, 즉 성과급 월급제는 입금액 기준을 넘은 금액에 대해서는 회사와 다시 분배(기사와 회사가 보통 64)하는 점이 다르다. 이 점이 기사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다.


사납금만 입금시키면 나머지를 다 갖고 갈수 있는데 왜 애써서 번 돈을 40%나 회사에 주느냐는 것이다. 또 월급을 더 받으면 갑근세를 비롯해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이른바 4대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며 싫어하는 기사들이 많다.


회사 역시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면 매출이 그대로 드러나고 4대 보험 부담액도 많아지는 등 여러 가지가 껄끄러워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결국 회사와 기사들의 이익이 맞아 떨어지면서 전액관리제는 물거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법에는 수납과 납부 규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시행내용이 없어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내려도 회사의 이의제기로 이어져 무효가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전주시의 경우 2000년과 20152차례에 걸쳐 각각 2, 7개 업체에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했지만 업체들이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해 모두 받아들여졌다.


또 법원마다 판결도 엇갈리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어 자치단체가 사실상 전액관리제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주시의 경우 국토부에 전액관리제 시행을 위한 시행령·시행규칙 제정 등을 건의했으나 국토부도 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액관리제를 위반하면 회사는 물론 기사도 처벌을 받는다. 1%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처벌을 받은 회사는 실상에 비해 극소수이다. 운전기사는 아예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현실적으로 민원이 제기되는 사업장만 조사할 뿐이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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