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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약 복용 운전'…'운전 불가' 판단 때 처벌받을 수 있어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5-07-04 1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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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그맨 이경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

경찰 조사 마친 개그맨 이경규 (사진 연합뉴스)

 

의사에게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향정신성의약품이라도 이 약물을 복용한 뒤 운전할 경우 졸음 등 '운전 불가' 상태라는 판단을 받으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3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약물 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방송인 이경규(65)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 씨는 지난달 8일 오후 2시께 강남구 논현동에서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차종과 색깔이 같은 다른 사람의 차를 몰고 이동하다 절도 의심 신고를 당했으며 약물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양성 결과 회신을 전달받고 지난달 24일 이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씨는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에게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것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며 사과하고 혐의를 시인했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자동차 등의 운전자가 마약, 대마 및 향정신성의약품,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약물(부탄가스 등)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는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씨는 공황장애로 약을 처방받아 10년 넘게 복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계에 따르면 운전자가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을 때는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고, 부작용이 있다면 '반감기'가 지날 때까지 운전을 삼가는 게 좋다. 반감기는 체내 약물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서 이를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물질이다. 도로교통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류관리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물질 등으로 디메톡시브로모암페타민 등 수백 가지가 명시돼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아 복용한 후 운전한다고 해서 모두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는 인지능력이나 비틀거림 등의 신체 상태가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약물 운전 처벌 판례 등도 참고 요소다.

 

다만 개인별로 약물 복용에 따른 효과와 증상의 편차가 있기에 전문가들은 향정신성의약품 복용 후 운전해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약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운전 시 약물 간이시약 검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대표적인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은 벤조디아제핀이 있다. 벤조디아제핀은 급성 불안과 흥분 상태를 조절해 신경세포의 흥분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불면증, 불안장애 등 증상 완화에 널리 쓰인다.

 

벤조디아제핀 복용 후 별다른 부작용을 겪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졸림이나 나른함, 집중력 저하 등을 겪는 사람도 있다. 특히 연령대에 따라 약물 효과가 다를 수 있어 오래 복용하고 있는 약이라도 나이가 들면 예상치 못한 영향에 주의해야 한다.

 

벤조디아제핀의 반감기는 용량, 약마다 달라 6시간이 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20시간이 넘는 것도 있다. 복용 약의 반감기 등을 고려해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벤조디아제핀 외에도 많이 처방되는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 등도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대한약사회 부회장을 지낸 민필기 경기도약사회 분회장협의회장은 "꼭 수면장애가 아니더라도 정형외과에서 근이완 등을 위해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고, 속이 쓰려 내과에 가도 해당 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다. 환자가 복용 여부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며 "운전자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할 때 고지와 상담이 강화돼야 하고, 대국민 홍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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