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대리운전 기사도 고용 형태에 따라 단체교섭이 가능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일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부산의 대리운전 업체 A사가 기사 B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지난달 27일 확정했다.
A사는 B씨를 비롯한 기사들과 동업 계약을 체결하고 고객의 요청(콜)이 들어오면 다른 협력 업체들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기사들에게 배정하는 사업을 했다. B씨는 2017년 10월 동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B씨는 2018년 12월 설립된 '부산 대리운전산업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노조는 이듬해 1∼2월 A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A사는 대리기사들이 독립적으로 영업하는 사업자일 뿐 근로자가 아니라며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소송의 쟁점은 대리기사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등에 의해 생활하는 자'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이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보는 근로기준법의 정의와 다른데, 통상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가 더 넓게 인정되는 편이다.
1심과 2심은 모두 B씨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고 보고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A사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4년 넘게 심리한 끝에 같은 결론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우선 "B씨는 대리운전 기사로서 그 소득을 A사와 협력업체들로부터 배정받은 고객의 콜을 수행해 받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전속된 정도가 강한 편에 속한다"고 했다.
대리운전 기사가 고객으로부터 요금을 직접 받는 것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대리운전 기사만이 현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으로 대리운전 요금이 원고에게 귀속된 후 원고가 대리운전비를 피고에게 지급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동업계약서에 따라 기사들이 업체에 내야 하는 수수료, 업무 수행 시 준수할 사항이나 받아야 할 교육 등을 A사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 해지까지 가능했다는 점에서 지휘·감독 관계도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A사와 B씨의 계약 관계가 상당 기간 지속됐고 B씨가 A사를 통하지 않고는 대리운전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대리운전 기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