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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주 40시간 이상 소정근로시간’ 개정을 촉구한다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4-07-24 13: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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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사 공히 한 목소리…정부·국회 빠른 결단 필요

서울의 한 택시회사 차고지.

현행 택시 월급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 보기 드물게 노사 모두가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택시 월급제는 기사가 하루 벌어들인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입금하는 것(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을 전제로, 주 40시간 이상 소정근로시간을 정하고 일정한 월급을 보장하는 제도다. 

 

택시 월급제는 당초 택시기사의 고정급을 전업 근무 수준으로 보장해 처우를 개선하려는 취지였지만 서울에서 우선 시행한 결과,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택시기사의 실질소득 감소로 성실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져 기사들 이탈이 가속화됐고, 회사는 개인 성과와 무관한 높은 고정급 지급, 기사 부족난으로 인한 가동률 저하 등으로 경영난에 빠지게 됐다. 

 

그럼에도 파트타임이나 격일, 주말 근무 등 다양한 근로시간과 임금체계가 금지돼 회사는 경영상 자율성을 발휘할 수 없고, 기사 입장에서도 직업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이유는 애초 법을 제정할 때 사업장 밖에서 자유롭게 운행하는 택시 영업의 특성을 무시한 데다 기업과 근로자의 자율성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택시 월급제의 근간은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와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이다. 이 중 수입금 전액관리제는 택시 요금의 90% 이상이 카드 결제로 이뤄져 지금에 와서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문제는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이다. 택시 소정근로시간은 2021년 1월부터 서울에서 우선 시행됐고, 올해 8월20일부터 전국 확대를 앞두고 있다. 

 

전국 확대를 앞두고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자 국회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노사가 합의하면 소정근로시간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1월에는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동일한 내용의 택시발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일부 강성 노조의 극심한 반대로 법안 자체가 취소돼 이번 개정안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택시발전법의 이런 규정은 입법 당시부터 문제가 됐었다. 근로기준법에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정해 국내 어느 직종에서도 택시처럼 소정근로시간을 법률로 강제하는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법률 적용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리한 법률 시행으로 많은 부작용을 체감해서 그런지 택시사업주는 물론 택시노조의 양대 산맥인 전국택시노조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도 이번 김정재 의원이 대표발의한 택시발전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노조는 ‘택시 노사의 생존이 걸린 개정안’이라며 즉각 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이 택시 월급제를 무력화한다는 일부 강성 노조의 주장도 있지만 회사가 망하고 난 뒤에도 이런 주장을 계속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 40시간의 고정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운송수입이 운송원가보다 높아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법인택시 월급제 도입성과 분석 및 확대방안 마련’ 연구용역(2023년 7월) 결과에 따르면 전국 모든 시·도에서 운송수입이 운송원가에 미달하는 저생산성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경영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택시회사들은 택시 월급제로 고성과자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바람에 성실하고 의욕적인 운전기사들이 택배업 등 성과기반의 수입이 보장되는 업종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화된 데다 ‘열심히 일해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 신규 인력 영입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서울 법인택시 운전자는 2019년 3만527명에서 올해 5월 1만9907명으로 1만620명(34.8%)이나 급감했으며 운전자 부족으로 가동률은 30%대에 머물러 있다. 일각에서는 “법인택시는 진작에 망했다”는 소리가 나온다.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이미 서울 254개 회사 중 2개사가 파산하고 휴업 중이거나 법정관리 또는 기업회생을 신청한 회사도 십수 곳에 달한다. 지방에서도 택시회사의 휴·폐업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전국 대부분의 택시회사가 도산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상충된 법률(택시발전법)을 강행한 것도 문제이지만 잘못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치지 않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은 서둘러 새 옷을 사서 입거나 고쳐서 써야 한다. 조속한 법 개정으로 법인택시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도록 정부·국회의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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