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사고의 발단은 일방통행 도로에서의 역주행이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수사 중이지만 평소에도 해당 도로에서 역주행하는 차량이 잦았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얘기다.
지난 1일 발생한 참사 이후에도 이곳에서 한 차량이 도로를 역주행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6일 오전 10시 30분경 검정색 제네시스 G80 차량이 일방통행인 이 도로를 역주행으로 달리자 교통경찰이 이를 제지했다.
일부 시민들은 운전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연치 않게 이날 역주행한 차량은 지난 1일 사고를 낸 차량과 동일한 제네시스 G80 차량으로, 길을 지나는 시민들은 더욱 놀란 모습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세종대로 18길은 서울 도심에서 흔치 않은 일방통행 4차선 도로다. 2005년 보행로 개선 사업으로 양방통행에서 일방통행으로 바뀌었다. 웨스틴조선 호텔 정면에서 나와 마주하게 되는 네 갈래 도로에서는 4시 방향 맨 우측 도로로 우회전만 가능하지만 1일 사고 당시 운전자인 차 모씨는 진입하면 안되는 2시 방향 세종대로18길을 향해 역주행했다.
호텔 진출로에서 보면 세종대로18길 도로 위에 '진입금지(일방통행)'라고 적힌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차씨는 이 진입금지 표시판을 무시한 채 진입해 도로를 역주행했다. 어두운 밤에는 건너편 도로 위의 해당 표시판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고, 호텔 진출로 아스팔트 위에 그려진 방향 유도 표시 역시 헷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 갈래 도로 중 좌측 2개 도로 방향으로는 'X'자가 표시된 흰색 화살표가 그려져 있지만 세종대로18길을 포함한 우측 2개 도로 방향으로는 별다른 방향 표시가 없다. 서울광장에서 소공로로 진입하거나 프라자호텔 뒤편에서 북창동 방향으로 나온 차량도 우회전해 역주행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사고가 발생한 구간 뿐만 아니라 서울시청 일대에는 일방통행 도로가 많아 초행길이거나 능숙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운전이 쉽지 않다. 더욱이 밤에는 조그마한 표지판과 방향 지시선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일방통행로는 모든 차가 한쪽으로만 이동하는 만큼 차량 통행을 원활히 하는 장점이 있지만 역주행 위험성이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역주행 사고의 치명률은 일반 교통사고의 2.3배에 이른다.
이번에 참사를 빚은 도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운전자에게 혼동을 일으켜 역주행을 유발하는 도로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의 일방통행 도로에 대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교통 표지판이 잘 보이게 하거나 노면 색깔 등을 통해 도로 표시를 강화하는 등 역주행을 막기 위한 시인성 향상 조치가 시급하다.
서울시는 지난 4일부터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시내 일방통행 도로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서울시는 일방통행 도로 내 교통안전시설이나 신호체계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개선이 필요할 경우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