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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협동조합, 위기의 택시산업 대안인가 또 다른 병폐인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7-10 08: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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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새 법인택시 23개 폐업…택시협동조합은 18개→76개로 급증

대구 달성군의 A택시협동조합 기사들이 몇 달째 임금이 밀렸다고 주장하며 지난 4일 오후 달성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 수사를 촉구했다. 한 택시기사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A택시협동조합 제공. 사진 연합뉴스)

택시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택시협동조합이 급증하고 있다. 택시협동조합을 바라보는 시선은 ‘택시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또 다른 병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10일 전국택시연합회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전국의 법인택시 수는 1649개사로 3년전에 비해 23개사가 문을 닫았다. 면허대수도 8만6935대에서 8만4201대로 2734대 감소했다. 운전자 수는 10만154명에서 7만760명으로 무려 30% 줄었다.

 

택시업계는 만성적인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안정적 수입이 되지 않자 운전기사들이 떠나고 있다. 택시가 사양산업이라는 인식과 함께 신규 택시기사들이 들어오지 않게 되면서 택시의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택시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2019년 18개였던 택시협동조합은 현재 76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택시협동조합이 있는 반면, 방만한 경영으로 무너진 곳도 있어 택시협동조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택시협동조합이 가장 많은 곳은 대구다. 법인택시 84개 중 13개가 택시협동조합이며 등록 택시만 1000여대에 달한다. 이 중 ‘대구택시협동조합’은 비교적 짧은 시일에 관리와 경영 측면에서 안정을 이룬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6년 57대의 택시로 사업을 시작한 대구택시협동조합은 현재 247대의 택시를 운행하며 사업 규모를 넓혔다. 설립 2년까지는 초대 이사장 해임 등 진통을 겪었으나 현재는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며 성공을 거둔 택시협동조합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대구택시협동조합은 코로나19 시기에도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조합원에게 배당금과 별도의 복리후생비를 지급했다.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2022년 베스트 협동조합 어워드’에서 우수 협동조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와는 달리 물의를 빚는 택시협동조합도 있다. 대구 달성군 A택시업체의 직원 30여명은 지난 4일 달성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갖고, 조합 이사장의 횡령 및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A택시는 한때 운영 택시만 285대에 달했던 대구 최대 택시협동조합이다.

 

이들에 따르면 A택시업체는 70억원에 달했던 출자금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28억여원의 빚덩이에 올랐다. 조합원들의 차량은 대출을 위해 저당 잡혔으며, 가스 사용료 수억원도 채납된 상태다. 수천만원의 코로나19 지원금도 조합원들에게 지급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조합 이사장이 개인 아파트 및 차량 구매 등을 위해 조합 재산을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사장이 조합원 재산을 횡령해 조합이 파탄에 이르렀다”며 “석 달째 임금을 못 받고 있으며, 각종 보험·연금도 연체돼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고 주장했다.

 

A택시 외에도 전국적으로 택시협동조합 관련 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택시협동조합도 일반법인택시와 마찬가지로 경영난에 내몰리며 퇴사한 조합원에게 출자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조합 이사장 개인의 비리와 관련된 문제도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택시협동조합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엇갈리면서도 택시협동조합 창립은 늘어나는 추세다. 청주에서는 청주지역의 첫 택시협동조합인 ‘희망택시협동조합’이 올 4월13일 출범했다. 경남 양산에서도 이 지역의 첫 택시협동조합인 ‘양산시민택시협동조합’이 지난 5일 출범했다. 택시협동조합을 준비하는 곳도 상당수로 알려졌다. 

 

택시협동조합은 그동안 경영난을 겪던 택시회사가 법인을 해산하고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출범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택시협동조합의 운수종사자는 일반법인택시와 달리 공동 출자로 협동조합을 함께 설립한 공동경영자다. 1인 1표의 의결권과 선거권을 갖고 경영 관련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택시협동조합 운수종사자의 지위는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그래서 택시협동조합이 사실상 변형된 ‘지입제’나 ‘도급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택시협동조합은 택시발전법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노동법 등과 부조화를 이룬다. 출자금을 걷는 것 자체가 택시발전법 위반이다. 

 

일부 택시협동조합은 기준급, 기본급, 성과급이 아예 없고, 일정액의 운영비만 입금하고 나머지 수입금은 모두 기사들이 가져가는 운영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엄연히 택시발전법 위반 행위다. .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택시협동조합들은 택시협동조합을 택시발전법의 적용에서 제외하거나 예외로 한다는 취지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법인택시가 협동조합이라는 조직 형태로 자리잡는 과정은 아직 험난해보인다. 국내 최초의 택시협동조합인 ‘한국택시협동조합(쿱택시)'는 ‘사납금 없는 착한 택시’를 모토로 등장했다가 자금난과 내부갈등으로 파산했다. 한국택시협동조합은 지난해 ‘한국택시서울협동조합’이 사들여 다시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택시협동조합이 과거에 불거졌던 일반법인택시의 문제점을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일부 택시사업자는 택시면허 가격을 높게 받기 위해 택시협동조합을 만들어 분양 형태로 운영한다. 택시협동조합의 조합원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법 등이 적용 안 된다는 논리로 법을 위반하는 사례도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협동조합 설립은 신고제다. 신고사항의 형식적 요건 충족 시 수리를 거부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 일부 조합의 자본잠식 등 부실경영, 조합원 간 불신으로 물의가 발생해도 법인·개인택시와 달리 지자체 감독 권한 부재로 적극 개입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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