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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중고차 시장 큰 변화 예고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5-20 17: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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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성차.렌터카업체들 본격 진출…신뢰 높일 수 있지만 가격 상승 우려도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 (사진 연합뉴스)

올 하반기 380만대에 이르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인증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고, 렌터카업체들도 본격적으로 중고차 사업을 펼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당초 중소기업 사업조정심의회의 권고에 따라 올해 5월부터 인증 중고차 사업을 개시하려 했으나 최근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중고차 시장이 침체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 시기를 하반기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중고차 관련 통합 정보 포털을 구축하고 정밀한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친 후 품질을 인증해 중고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5년·10만 ㎞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국내 최대 수준인 200여 개 항목의 엄격한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을 선별해 판매할 계획이다.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 프로그램도 내놓는다.

 

기아는 기존 구독서비스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연계한 중고차 구독 상품 개발을 추진한다. 고객이 최장 한 달 동안 차량을 체험한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선구독 후구매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차량 성능 진단과 상품화, 실시간 점검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시승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KG모빌리티도 인증 중고차 사업에 나선다. 5년·10만 ㎞ 이내 KG모빌리티(옛 쌍용차) 브랜드 차량을 매입해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쳐 판매하는 방식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판매와 정비 조직 및 체제 등 사업 준비를 마치고, 하반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완성차 업체들은 시장 진출 후 2년 동안은 중고차 판매 대수가 제한된다. 현대차는 2024년 4월 30일까지 전체 중고차의 2.9%,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는 4.1%만 판매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중고차 판매 대수는 각각 전체 물량의 2.1%, 2.9%로 제한된다.


이미 수입차 대부분은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 토요타코리아는 서울 양재 오토갤러리에 '토요타 서티파이드 양재' 전시장을 오픈하고,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 인증 중고차를 판매 중인 브랜드는 벤츠, BMW, 아우디, 미니, 재규어랜드로버, 폭스바겐 등 19개에 달한다.


렌터카업체들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중고차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렌터카업계 1위인 롯데렌탈은 종전에는 B2B(기업간 거래) 사업만 가능했으나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으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돼 중고차 사업 확대를 준비 중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현재 자체 보유한 렌터카 차량을 기반으로 B2C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며 "중고차 장기렌터카를 중심으로 인증 중고차 판매까지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다가오면서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매우 낮은 점을 볼 때, 대기업 참여는 오히려 중고차 시장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허위 매물과 사고 이력 숨기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로 소비자의 불만을 샀던 중고차 거래 관행이 완성차 등 대기업의 진출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 내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기존에 중고차 사업을 영위하던 개인사업자·소규모 상사들도 차별화된 품질과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며 “불투명하고 관습적인 거래의 틀을 벗어나 투명한 거래 시스템 등 빠르게 체질을 개선하는 곳만이 경쟁 우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완성차업체 등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중고차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대기업의 진출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지만, 가격이 높은 차종을 쓸어가 중고차 시장 전체는 대기업이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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