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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버스공제, 사상 최대 적자에도 경영개선 외면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5-04 06: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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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지역 특약 인상안 부결…추가분담금 부과도 심의못해

전세버스 사고차량 모습(사진 연합뉴스)

전국전세버스공제조합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 중이면서도 경영수지 개선을 외면해 앞으로 자동차사고 피해보상기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전세버스공제조합은 지난달 26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경영개선을 위해 도서지역 특약범위요율 인상안을 의결하려고 했으나 일부 운영위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또 2022년도 결손금을 보전하기 위한 추가부담금 부과의 건 등은 심의조차 하지 못했다.

 

전세버스공제는 2022년도 기준 누적적자가 336억원으로 6개 자동차공제조합(버스·택시·화물·개인택시·렌터카·전세버스) 중 가장 많다. 전세버스공제의 총자산이나 분담금, 보유자금 규모 등이 다른 공제조합에 비해 가장 낮은 점을 감안할 때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영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도 17.2%로 최하위다. 지급여력비율은 퇴출대상 보험회사를 선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100%일 때를 정상으로 보고 있다. 100% 미만이면 정부는 경영개선명령을 통해 퇴출조치를 내릴 수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전세버스 운행수요가 급증하면서 사고율 및 손해율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적자가 계속돼 3월말 현재 누적적자는 367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31억원 더 늘어났다. 경영수지 개선을 위한 노력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날 운영위원회는 분담금 현실화조치로 우선 도서지역 특약범위요율 인상 및 사고할증 적용 개정안을 심의 의결하려고 했다. 전세버스공제는 제주 지역 손보사와의 요율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4년 4월부터 도서지역 특약범위요율제도를 시행해 왔다. 이후 손보사의 도서지역 보험료 할인제도가 폐지됐으나 전세버스공제는 지금까지 계속 이 제도를 운용해왔다.

 

제주도 등 도서지역 전세버스는 특약범위요율 ±20%, 특약요율 80%, 할인할증 사고점수 2분의 1 적용 등의 혜택을 받아와 다른 지역 차량과 분담금 격차가 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특약범위요율을 2024년과 2025년 –10%로 단계적 환원하고 사고기록점수 2분의 1 적용도 폐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 32명 중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4명, 반대 11명으로 부결됐다. 도서지역 당사자인 제주조합 이사장의 강한 반발과 오성문 현 전국전세버스연합회장에 반대하는 일부 운영위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운영위원은 ”일부 운영위원들이 개인적인 이익에 빠져 공제 경영수지 개선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회의에선 찬성이 반대보다 많이 나와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 것으로 잘못 인식되기도 했으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상 분담금 및 요율에 관한 사항은 출석인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조항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부결을 선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특히 오 회장 등 일부 운영위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운영위원장이 부결을 선언하는 바람에 회의 진행 절차의 정당성을 놓고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지면서 이날 사실상 가장 중요한 안건인 2022년도 결손금 부과의 건도 심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세버스공제의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지난해 결손금을 충당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말 전세버스공제 계약차량은 4만여대로 업체들이 부담할 추가분담금은 대당 8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분담금 부과가 추진되면 일선 조합원업체들의 거센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업체 대표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각 시·도 사업조합 이사장의 연임(차기 선거)과 직결돼 현 조합 이사장들이 경영개선 노력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도서지역 특약범위요율 인상안이 부결된 것만 봐도 이 같은 사실을 잘 보여준다.

 

경영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분담금 인상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으나 사업자들의 표심을 살피는 일부 시·도 조합 이사장들이 분담금 인상을 사실상 막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세버스공제조합은 지난 4월부터 대물담보 기본분담금 10% 인상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그 효과는 15~20억원 수입 증가에 불과해 경영수지 개선에는 어림없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난해 6월 오성문 서울조합 이사장이 새 회장에 당선되면서 회장 선거에 떨어진 이병철 전 회장(경북조합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가 존재해 진영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도서지역 특약범위요율 개선안이 부결된 것도 이 전 회장 진영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인 이진용 울산조합 이사장도 이 전 회장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버스공제조합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자동차사고 피해보상기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될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전국버스공제조합으로 흡수 통합 또는 위탁운영 얘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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