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택시회사 줄 파산 현실화되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3-27 10:19:54

기사수정
  • 기사 부족난·유류값 급등 등으로 경영 악화…휴업·폐업 업체 상당수

지난해 9월30일 부산지역 택시업계에서 처음으로 폐업 공고를 한 부산 사상구 대도택시 차고지에 지붕 표시등을 뗀 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택시회사의 경영 악화가 계속되면서 파산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택시회사는 경영난에 처하면 보통 휴업에 들어가거나 면허대수의 부분양도로 사업 규모를 줄이는데, 폐업이나 파산을 선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줄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카롱택시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마카롱택시는 2019년 한국형 택시 혁신 모델을 표방하며 출범했다. 민트색 제복, 유아용 카시트, 차량용 냉장고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화제를 모았으나 기존 택시 규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자 보유한 택시 면허를 조금씩 팔며 버텼으나 최근 업계 불황으로 면허를 반값에 내놔도 팔리지 않자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마카롱택시 모기업이자 1만여 대의 가맹택시 사업을 하는 KST모빌리티도 조만간 파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는 택시회사 줄파산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택시조합에 따르면 서울 법인택시 254곳 중 가동률이 30% 미만인 업체는 40곳(15.7%)이다. 통상 가동률이 30%를 넘지 못하면 차고지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지급할 수 없는 고사 직전의 회사로 분류한다.

 

서울 법인택시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휴업·폐업 상태에 처한 택시회사들이 수십군데에 달한다“며 ”부채 정리가 안 돼 파산을 검토하고 있는 회사도 상당수“라고 귀뜸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광역시를 중심으로 휴업·폐업하는 법인택시 수가 늘어나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부산 택시회사 사상 처음으로 폐업한 사례가 나왔다. 60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던 대도택시는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9월30일 폐업했다. 금륜산업은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부산의 택시회사는 95개사가 있는데 상당수 업체들이 사실상 휴업 상태에 처한 상황이다.

 

광주시 법인택시 A사는 아예 법인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A사는 경영난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업체가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광주시 택시회사는 모두 76개사인데 수십년째 폐업 없이 영업해왔다.

 

전국에서 택시영업이 가장 안되는 것으로 알려진 대구시는 최근 2년간 4개의 택시회사가 면허를 반납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구시 택시회사 수는 2020년말 88개사 면허대수 5856대였던 것이 올 1월말 84개사로 4개사가 줄어들고 면허대수도 5656대로 200대가 감소했다. 10년 전인 2013년(102개사)과 비교하면 약 18%(18개사)가 사라졌다.

 

대구 택시회사들은 협동조합택시로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부실 경영으로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떼이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구는 전국에서 협동조합택시가 가장 많은 곳이다.

 

택시업계는 유례없는 법인택시 파산 원인으로 요금 정책이나 임금 구조의 문제점 등 각종 규제를 지목하고 있다. 서울 마카롱택시의 경우 서비스 혁신을 내세웠지만 겹겹이 쌓인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좌초됐다는 분석이다.

 

택시회사의 잇따른 파산은 한국 택시산업의 현주소를 극명히 드러낸다. 시장에 택시가 과잉 공급돼 있다 보니 기사들의 운송수입에도 한계가 있고, 이는 곧 회사의 수익 저하로 이어진다. 기사 처우 개선이 어렵다보니 기존 기사 중 상당수는 수입이 더 많은 배달과 택배 등 다른 업종으로 떠나고 있다. 부족한 기사를 충원하기에도 전망이 밝지 않다. 

 

가파른 운송원가의 상승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유류비와 최저임금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경영난 극복을 위해 가입한 호출 플랫폼도 수수료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기존 택시산업 존속에 초점이 맞춰진 현재 대중교통 규제의 틀 안에서 택시회사가 독자적으로 자생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기도 어렵다.

 

최근 서울택시 요금이 많이 올랐지만 요금 인상이 부담스럽다며 택시를 외면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택시회사 사장 K씨는 ”인건비, 유류비는 크게 오른 반면 정부가 지원 없이 요금만 묶어놔 재무구조가 엉망이 된데다 요금 인상도 한꺼번에 너무 오르다보니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K씨는 ”요금인상, 부제 해제는 다 개인택시를 위한 정책“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법인택시는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택시가 개인택시만 남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라고 반문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전국택시공제조합_02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LPG 1톤 트럭' 화려한 부활…2월 판매 전기트럭의 200배
  •  기사 이미지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대표 1년 연임
  •  기사 이미지 렌터카공제조합, 경영 안정성 제고·조합원 지원 중점 추진
오늘의 주요뉴스더보기
사이드배너_정책공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