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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안전운임제·표준운임제 뭐가 다른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2-19 10: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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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정, 안전운임제 폐지 표준운임제 도입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 추진
  • 화물연대·운송사 VS 화주…첨예한 이해관계 대립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지난 15일 국회 앞에서 '대기업 화주를 위한 안전운임제 개악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폐지하는 대신 표준운임제로 바꾸고, 화주 처벌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화물차주와 운송사들은 “대기업 화주를 대변하는 정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화주들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8개국 중에 화물 운송요금을 강제하는 국가는 없다”며 “안전운임제 폐지는 당연하고 만약 표준운임제 도입이 필요하다면 단순히 시장에 권고하는 수준으로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당정 협의를 열어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내용의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9일 김정재 국민의 힘 의원의 대표발의로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지난해 말 일몰된 안전운임제는 화주와 운송사 간 ‘안전운송운임’을, 운송사와 차주 간에는 ‘안전위탁운임’을 정해 강제하는 구조다. 화주가 최소 운임으로 규정한 안전운임보다 적은 운임을 지급하면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새로 도입되는 표준운임제는 화주에 대한 처벌조항을 없앤 게 핵심이다. 운송사와 차주 간 운임을 강제하되,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은 강제하지 않고 가이드라인 방식으로 매년 공표한다. 운송사에도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아니라 시정명령부터 내린 뒤 과태료를 점차 올리는 식으로 처벌을 완화했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개정안대로 확정되면 화주는 정부가 정한 운임에 매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임을 정해 운송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는 지난 1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 화주만을 위한 안전운임제 폐지 법안을 거부한다”며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은 사실상 안전운임제를 폐지하는 내용”이라며 “새로운 법안은 화주 책임 면제, 처벌조항 완화 등 기존 안전운임제의 도입 취지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물노동자의 삶을 ‘저운임으로 인한 장시간·고강도 노동’으로 역행시키는 정부 여당의 법안을 단호히 거부하겠다”며 “국회는 화물노동자의 생존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안전운임제 연장안부터 우선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운송사들도 앞으로 화주가 주고 싶은 대로 운임을 주게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화물연대와 함께 반발하고 있다. 

 

최진하 전국화물연합회 상무는 “화주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저운임 상황에서, 화주로부터 적정운임을 받지 못하면 운송사가 어떻게 차주에게 법정 위탁운임을 지급하겠느냐”며 “화주와 운송사 간 ‘운송운임’을 자율화하고 운송사와 차주 간 ‘위탁운임’만 강제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 안전운임제가 차주와 운송사에 유리하게, 화주에게는 불리하게 설계됐다고 보고 있다. 화주-운송사, 운송사-차주가 계약하는 구조에서, 차주와 직접적 계약 당사자가 아닌 화주에게 운임을 강제해 운송사의 이윤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적정운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운송사 이윤까지 보장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운송사는 화주에게 받는 돈이 고정돼 서비스 향상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안전운임제 폐지는 화물차주들의 소득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컨테이너·시멘트 화물차주의 월 순수입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 차주의 월 순수입은 2019년 300만 원에서 2021년 373만 원으로, 시멘트 차주의 월 순수입은 같은 기간 201만 원에서 424만 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화주들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육상 운임이 30~40% 급등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화주들은 “화물차 운임 제도를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계약 체결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 등 기본권의 제한이나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무역협회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8개국 중에 화물 운송요금을 강제하는 국가는 없으며 비 OECD 국가 중 브라질이 2018년부터 ‘화물 최저 운임법’을 시행 중이나 위헌 소송이 제기되면서 벌금 부과는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화주들은 국토부의 표준운임제 도입 추진에 대해서도 강제방식이 아닌 자율적으로 참고하는 가이드라인 방식의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표준운임제의 3년 일몰제에 대해서는 “3년 후 어떤 기준으로 일몰을 결정할지에 대한 대안이 없다”며 “3년 후에 다시 한 번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지난 수십 년간 여러 차례의 화물운송 시장의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공급 측 보호를 이유로 시장의 진입 장벽만 높게 쌓았다”며 “운송 시장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문제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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