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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화물연대 총파업에 ‘업무개시명령’…화물연대 “지속 투쟁” 천명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11-29 19: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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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도 도입 이후 18년 만에 첫 발동…시멘트 운수종사자 2500명 대상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엿새째에 접어든 29일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이 멈추어 서 있다.

정부가 29일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응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즉각적인 집행에 돌입했다.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제도 도입 이후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일단 시멘트 운수종사자 2500여명이 명령 대상이다. 관련 운수사는 201곳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해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총파업 이후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했고, 이어진 레미콘 생산 중단으로 전국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될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화물차운수사업법상 집단 화물운송 거부로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경우 등에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는데, 해당 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건 법 개정이 이뤄진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국무회의 심의 직후 국토부는 즉각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집행에 들어갔다.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꾸려진 76개 팀은 오후부터 바로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일제 현장조사에 나섰다. 운송업체와 거래하는 화물차주의 명단, 주소, 운송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송달 다음 날 자정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화물차 기사들이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지 못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들의 파업 때처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당시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대한의사협회 간부들은 유죄가 확정됐으나, 명령서를 송달 받지 못한 일부 의사들에 대해선 대법원이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명령서 자체를 수령 거부하면서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

 

국토부는 우편 송달을 원칙으로 하되, 두 차례 반송되면 관보 공시 등으로 공시 송달을 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수 사업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빨리 복귀하도록 하는 게 업무개시명령의 목적"이라며 "절차를 최대한 당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생계를 볼모로 목줄을 쥐고, 화물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전국 16개 지역 거점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투쟁을 진행했다. 


화물연대는 성명서에서 “(화물노동자들이) 하루 14시간 이상씩 운전하며 버는 돈은 많이 잡아야 300만원인데, 정부는 이 노동자들에게 ‘귀족노조’ 프레임을 꺼냈다”며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화물노동자가 개인사업자라면서 '파업'이 아닌 '운송거부'로 부르고 있다"며 "개인사업자가 자신의 영업을 중단하겠다는데 정부가 일하라고 강요하고 개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특히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105호의 강제 근로 폐지 협약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협약 105호는 정치적 입장 표명과 파업 참가에 대한 처벌로 강제 근무를 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176개국이 비준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비준국이 아니다.

 

그러나 ILO 회원국은 비준 여부와 무관하게, 회원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본협약의 원칙을 존중하고 실현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는 게 화물연대 주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ILO와 유엔 인권기구에 ‘긴급개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명령 무효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정부는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했고, 이에 따라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상당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파업으로 정부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화물연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노정 간 팽팽한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전날인 28일 오후2시께 정부세종청사에서 파업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았지만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면담을 끝냈다. 정부 측에서는 어명소 국토부 2차관과 구헌상 국토부 물류정책관, 화물연대에서는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2차 면담을 하기로 했지만 대화에 진전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품목을 확대하라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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