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몇천 원 때문에 생고생하는 한밤중에 나오겠어요?”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10-06 09:18:39

기사수정
  • 요금 인상-호출료 인상에도 택시기사들은 ‘심드렁’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서울시의 택시 요금인상이 사실상 확정된데 이어 국토교통부가 호출료 인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했으나 정작 당사자인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6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택시기사들은 서울시의 택시 요금인상에 이어 국토부의 호출료 인상에도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돈 몇천 원 때문에 취객 상대하며 생고생하는 한밤중에 나올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국토부는 택시기사들이 야간운행에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 현행 최대 3000원인 택시 호출료를 카카오T블루·마카롱택시 같은 가맹택시는 최대 5000원, 카카오T·우티(UT) 같은 중개택시는 최대 4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른바 ‘당근 정책’이다.

 

호출료는 수요가 많은 시간대·지역일수록 높아지며 탄력적으로 조정된다. 서울 강남역에서 자정에 택시를 부른다면 최대 호출료인 4000∼5000원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호출료 인상을 통해 배달업 등 다른 직종으로 떠난 기사들을 다시 불러들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호출료는 플랫폼업체가 절반을 갖고 나머지를 택시 법인이나 기사가 나눠 갖는 구조다. 국토부는 이번 호출료 인상분에 대해서는 90% 가까이를 기사에게 배분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야간에 택시를 운행할 경우 한 달에 약 40만 원가량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국토부 대책에 앞서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 인상과 심야할증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택시요금 조정안을 마련해 시의회를 통과했다. 요금 조정안은 이달 말 열리는 물가대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조정안은 내년 2월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동시에 기본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줄여 사실상 요금이 더 인상되는 셈이다.

 

심야 할증 탄력요금제도 도입된다. 현재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인 심야 할증시간을 밤 10시로 앞당기고, 승객이 많은 밤 11시부터 오전 2시에는 할증률을 20%에서 40%로 상향한다. 이렇게 되면 밤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 기본요금은 현행 4600원에서 5300원까지 올라간다. 심야 할증 탄력요금제는 연말쯤 적용될 예정이다.

 

서울시의 택시 요금인상은 과거 요금인상 사례에 비춰볼 때 파격적이다. 서울시는 “심야 탄력요금제 도입, 기본요금 조정에 따른 택시요금 조정률은 19.3%”라고 밝혔지만 택시이용객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대책과 서울시의 요금 인상을 더하면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택시 요금 및 호출료 안이 확정되면 내년 2월 이후엔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 앱으로 택시를 부를 경우 기본요금 6720원, 호출료 최대 5000원으로 많게는 1만1720원가량이 기본요금이 될 수 있다. 현재보다 60%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 정부 대책의 핵심은 심야시간대 요금 인상으로 택시 운행을 늘려서 택시난을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정작 택시기사들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개인택시기사 A씨(69)는 “심야 시간 택시 영업은 만취 승객도 많아 업무 강도가 높다”며 “택시운전자 중에는 고령자가 많은데 돈 몇천 원 더 벌자고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기사들이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A씨는 “생활패턴 망가지고 취객 상대하는 만큼의 보상이 따르지 않는 이상 젊은 사람들도 심야 택시를 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인택시기사 B씨(60)는 “요금과 호출료가 오른다해도 급여를 받으면 손에 쥐는 돈이 너무 적다”며 “법인택시기사는 어차피 회사랑 수입을 나눠 가지게 돼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금을 엄청나게 올려야 하는데 정부가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택시운전을 그만두고 배달일을 하고 있는 C씨(55)는 ”요금 같은 고물가 시대에 기본요금과 호출료 몇천원 오르는 거론 어름 없다“며 “택시요금이 오른다고 해도 배달하면 더 벌 수 있는데 누가 택시 운전대를 다시 잡겠느냐”고 말했다. 

 

국토부는 서울시의 택시 기본요금 인상과 심야할증 탄력요금제 도입, 호출료 인상을 시행해본 뒤 국민 부담과 택시 수급 상황을 분석해 택시정책을 다시 다듬을 계획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전국택시공제조합_02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8천만원 이상 렌터카 임차기간 합산 1년 이상이면 연두색 번호판 부착해야
  •  기사 이미지 고속도 버스전용차로 구간 조정-급행차로 도입
  •  기사 이미지 '서울동행버스' 의정부 등 4개 노선 추가…5월7일부터 운행
오늘의 주요뉴스더보기
사이드배너_정책공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