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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장악한 택시 호출시장 ‘요금 왜곡’ 심각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8-23 14: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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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택시 요금 싸다는 말 ‘쏙’ 들어가…택시요금체계 전면적 개편 시급


국내 택시 호출시장을 카카오모빌리티가 장악하면서 요금 왜곡 현상이 심각하다. 수수료 등을 내는 특정 이용자에게 공급을 쏠리게 만들어 기존 요금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심야 택시 승차난이 심해지면서 일반 호출 앱으로는 택시를 잡을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요금을 더 내는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나 대형 또는 고급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택시와 승객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겠다던 택시 호출 플랫폼이 각종 수수료 부과와 더 비싼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사실상 요금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정한 택시요금은 일종의 ‘기본’이 되고, 택시요금만 올랐다는 지적이다.

 

우선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를 부를 때 거리나 호출 시간과 상관없이 최대 3000원의 호출비를 지불해야 한다. 서울의 일반 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인데 ‘블루’라는 이름이 붙으면 6800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카카오의 대형택시인 벤티, 고급형 택시인 블랙이나 또 다른 대형·고급택시는 일반 택시요금의 3~4배에 달한다. 그래서 택시요금이 비싸기로 악명 높은 런던이나 도쿄보다도 서울의 택시요금이 더 비싸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서울택시 요금이 저렴하다는 말은 최근 쏙 들어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호출 앱에서 대형택시 벤티와 고급택시 블랙,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를 상단에 노출하고 있다. 일반 택시는 맨 하단에 있다. 요금이 비싼 택시들을 의도적으로 우선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택시 호출 중 약 90%가 추가 비용을 내지 않는 일반 호출”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택시 잡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비싼 택시를 타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택시 호출에 ‘웃돈’을 얹은 ‘카카오T 플러스’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개인 고객이 사용하는 카카오T 앱과 달리 기업 고객은 택시 호출 시 요금을 선택할 때 ‘플러스’ 창이 별도 표기된다. 기업 고객은 미리 웃돈의 범위(건당 1000~1만원)를 정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이용료를 책정하는데 거의 100% 택시 잡기가 보장된다.

 

택시 잡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손님에 따라, 웃돈을 주느냐에 따라 ‘골라태우기’를 하는 것은 차별적 서비스에 가깝다. 일반 사람들은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호출할 때 같은 조건에서 다른 사람과 경쟁한다고 여겼을 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택시 호출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카카오택시가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공공 교통수단인 택시요금을 사실상 맘대로 올라가게 만들어도 정부는 손을 놓은 상황이다.

 

택시요금은 대중교통요금으로 물가에 영향을 준다는 명목으로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서울시의 경우 요금을 인상하려면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택시정책위원회, 공청회, 시의회, 물가대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시장의 결재로 결정된다. 다른 시·도도 대부분 이 같은 과정을 거친다. 

 

몇 년마다 기본요금 몇 백원 올리는 문제로도 정부·업계·소비자가 줄다리기를 하는 게 현실인데 카카오택시로 인해 기본요금 개념이 무력화되고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잘 잡으려면 돈 더 내라는’ 그야말로 혁신적 방법(?)으로 택시요금을 인상한 셈이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최대 업체인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공급난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특정 이용자에게 공급이 쏠리게 만들어 시장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토교통부는 택시 승차난 해결을 위해 우선 택시기사 소득을 높여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잡고, 플랫폼 택시 탄력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카카오모빌리티의 배만 불려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차제에 탄력요금제뿐만 아니라 택시요금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박사는 “택시 승차난 해결의 핵심은 기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전반적인 수준에서의 적정한 요금 재설정”이라며 “과거와 같이 4~6년 주기의 원가주의에 근거한 요금 책정이 아닌, 현실에 맞는 택시요금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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