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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탄력요금제 ‘기대 반 우려 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7-24 15: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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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 증가로 기사들 유입 효과 VS 근본적 문제 해결 안돼

심야 시간에 택시를 잡는 시민들.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도입하려는 ‘플랫폼 택시 탄력요금제’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요금과 호출료 등을 탄력적으로 올려받을 수 있는 ‘플랫폼 택시 탄력요금제’ 도입 방안을 추진한다. 택시기사 부족으로 택시대란이 불거진 만큼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 요금을 올리면 기사 수익 증대로 이어져 택시 공급 증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요금은 25%에서 100% 이내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카카오T 벤티, 우버 블랙, 타다 넥스트, 아이엠택시 등 대형·고급택시는 최대 4배까지 요금을 올려 받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플랫폼 가맹택시도 현행법상 탄력요금 적용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운영하는 곳은 없다. 다만 카카오T 블루가 최대 3000원의 호출비를 받고 있다. 

 

최근 택시 잡기가 힘든 야간에는 대형·고급택시도 없어서 못 타는 실정이다. 조금 더 비싼 요금을 내더라도 이용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탄력요금제를 플랫폼 중형택시까지 확대하면 심야에 수입이 꽤 늘게 돼 개인택시 운행이 증가하고, 법인택시에 새로운 기사들이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 A택시업체 관계자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하면 이전보다 수입이 증가해 기사 공급과 운행이 늘어날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서울 개인택시기사 B씨(69)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하고 서울시가 개인택시 부제를 없애면 개인택시 운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력요금제 도입에 의구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당장의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력요금도 도입해야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는 근본적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C택시업체 관계자는 “현재 택시 대란의 원인은 심야 시간 운행 택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인 택시기사들이 낮은 처우를 견디다 못해 떠났기 때문”이라며 “결국 택시 공급을 늘리려면 법인 택시기사들의 처우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법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절대적인 기사 부족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택시요금을 비롯해 기사 근무 형태 등을 정부가 통제하지 말고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야간의 노동강도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요금수준이 워낙 낮기 때문에 탄력요금 도입을 시늉만 해서는 효과를 볼 수가 없다"며 "최소한 100%는 올려야 심야 택시난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단일요금 체계인 중형택시 요금을 그대로 놔두고 탄력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복수의 요금체계가 인정돼 호출료나 탄력요금이 더 비싸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요금만 오르고 승차난 해소 효과도 없어 소비자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탄력요금제를 도입하고도 효과가 없으면 배차를 강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정 시간대(심야 시간) 운행 실적이 없으면 면허라든지 지원금·보조금 지급 등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탄력요금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콜을 고를 수 있는 일반 중개형 택시보다는 가맹택시 탄력요금제를 늘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맹택시는 목적지 미표시로 호출을 거부할 수 없고, 무조건 응답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또 특정한 지역, 특정한 시간에만 승차난이 일어나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인 제도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토부는 택시업계를 떠난 기사들을 유인하기 위해 늘어난 수익의 일정 비율이 기사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요금 인상으로 늘어난 수익을 플랫폼 사업자에 몰아주지 않고 택시기사와 나눌 수 있게 구조를 짜겠다”고 밝혔다.

 

주요 선진국에선 택시 요금이 우리처럼 경직돼 있지 않다. 일본 도쿄 택시는 거리제와 시간제, 정액운임 등 다양한 요금체계를 운영한다. 미국 뉴욕에서도 심야나 교통체증이 심한 피크타임에는 요금에 별도로 할증이 붙는다. 런던에서도 요일과 시간에 따라 다른 요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탄력요금제 도입이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이르다. 택시업계는 “탄력요금제 도입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땜질 처방이 되지 않으려면 열악한 운전기사 처우개선부터 해결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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