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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요금 억제 마냥 좋은 일일까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6-23 11: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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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야 택시대란 원인…버스·지하철 적자도 결국 우리 돈으로 메꿔야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서울 시내버스는 시가 매년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지만 2020년부터 재정적자가 큰 폭 증가하자 버스사업조합이 은행 대출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대출 원금과 이자 비용은 서울시가 대신 상환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생활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택시, 버스, 지하철 등 교통요금만은 꿋꿋하다. 교통 사업자들은 요금이 장기간 동결된 데다 올해 들어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며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서울시는 교통요금 인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요금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6·1 지방선거 이전부터 교통요금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시민 입장에서는 교통요금을 안 올리면 당장 지갑에서 돈이 덜 나가니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금 억제가 마냥 좋은 일인지는 의문이다. ‘풍선효과’로 더 큰 문제가 새로 불거져 나오는 것은 아닐까“

 

이미 생기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최근 나타난 심야택시 대란이다. 심야택시 대란의 원인은 무엇보다 낮은 요금 구조로 인한 택시기사 부족과 고령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택시요금이 가장 싸다. 정부와 지자체가 요금을 통제하고 있어서다. 택시업계의 경영개선과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근본적으로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요금 인상은 말도 꺼내기 어렵다.

 

서울 택시요금이 최근 인상된 적은 2019년 2월로, 3년 4개월이 경과됐다. 국토교통부 훈령에 따르면 택시 요금조정은 2년마다 한 번씩 유가·인건비·물가 변동 등의 요인을 감안해 이뤄질 수 있도록 했으나 2년마다 택시요금이 조정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현재의 택시요금구조로는 택시기사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할 수 없으며 노동강도에 비해서도 너무 싼 편이다. 이로 인해 젊은 택시기사 이탈 현상이 가속화돼 야간운행을 주로 맡아온 법인택시 기사 수는 줄고 개인택시는 60대 이상 나이 든 기사가 주를 이루게 됐다. 

 

나이 든 기사들은 안전한 주간근무를 선호하니 심야시간 택시 운행대수가 대폭 줄었다. 택시요금 억제→택시기사 고령화와 법인택시기사 부족난→심야시간 택시 대란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결국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얼마 없는 택시와 새벽 늦게까지 싸우며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시민들이다.

 

서울시는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버스와 지하철 막차 시간을 늘렸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만성적인 버스·지하철 적자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물가상승을 이유로 요금 동결만 선언한 셈이 됐다.

 

서울 시내버스는 현재 대출로 연명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급증한 적자를 보존하기 위해 2020년 6000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2000억원의 대출을 추가로 받아 은행 대출 규모가 8000억원에 달한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서울 시내버스는 시가 매년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지만 2020년부터 재정적자가 큰 폭 증가하자 버스사업조합이 은행 대출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대출 원금과 이자 비용은 서울시가 대신 상환하고 있다. 

 

서울시가 부담한 대출이자는 2017년 24억8000만원에서 원금을 대부분 상환했던 2018년 6억1000만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대출액이 다시 늘어나면서 2020년 70억원, 지난해 236억1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은행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하철도 누적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2020년 1조1137억원, 지난해 9644억원으로 매년 1조원 안팎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만년 적자의 원인으로는 낮은 운임구조가 지목된다. 서울 지하철 1인당 수송원가는 2019년 기준 1440원이지만 평균 운임은 946원으로 1인당 494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수송인원이 급감하면서 1인당 손실 규모가 1015원으로 커졌다. 승객이 타면 탈수록 적자인 셈이다.

 

지하철 적자가 커지니 노후 전동차를 바꾸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적자에 따라 서울교통공사에 가해지는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 압박은 자칫 안전 분야 필수인력 감소와도 직결될 수 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지금이야 돈을 적게 내지만 서울 시내버스와 지하철의 적자는 결국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채워질 것이라 당장 좋다고 만도 할 수 없다. 사실상 시민들은 내야 할 돈을 다 내고 버스,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가안정을 생각할 때 요금 인상은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시장 순리를 무시한 채 무조건 요금을 통제하는 것은 가장 나쁘고 열등한 방법이다. 인상 요인이 있다면 인상을 하고 다른 방법으로 시민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교통요금 억제가 우리들에게 마냥 좋은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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