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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핵심 ‘안전 운임제’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6-08 05: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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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勞 “과적·과속·과로 해결로 사고 예방” VS 화주들 “비용만 증가”

화물연대본부 부산지부 조합원들이 7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 인근 도로에서 '화물연대 부산지역 본부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7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운송 차질이 본격화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및 전 차종·전 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및 화물 운송산업 구조 개혁 ▲노동기본권 확대 및 화물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중 핵심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다. 

 

안전운임제는 화주·운수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결정하는 구조를 개선해 화물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하고 과적·과속·과로로 인한 사고를 막자는 취지로 2020년 1월부터 시행됐다. 화물기사, 운수사업자, 화주, 공익위원 등이 참여하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매년 논의를 통해 안전운송 원가와 안전운임을 결정한다.

 

다만, 도입 당시 화주·운수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을 고려해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 후 제도의 존폐 여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차종·품목도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으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실제 적용되는 화물차는 41만 대 가운데 2만6000대 정도다.

 

그동안 시행해온 안전운임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화물기사들은 안전운임제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긍정적인 평가다. 화물연대는 과적·과속과 운전자 과로가 줄어들어 도로 안전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일몰제를 없애고 안전운임 적용 차종과 품목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화물차 운전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적했다는 응답이 1/3 수준으로 줄었고 과속 비율도 32%에서 20% 정도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물차 사고의 원인은 낮은 운송료로 인한 과적, 과로, 과속 때문인데 안전운임제가 이를 상당히 커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화주들은 안전운임제 효과가 미비하고 비용 증가만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대외환경 악화로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힘든 상황이 가중된 상황에서 안전운임제를 계속 시행한다면 물류비 급등으로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준봉 무혁협회 화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안전운임제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운반비 부담이 30% 넘게 늘어났으며 도입 취지였던 안전 관련 효과도 미비하므로 예정대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도 안전운임제 효과를 놓고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멘트 화물기사의 순수입은 2019년 201만원에서 2021년 424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컨테이너 화물기사도 3년 동안 수입이 300만원에서 373만원으로 2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멘트 기사의 월 근로시간은 375.8시간에서 333.2시간으로 11.3% 줄었고, 컨테이너 기사의 월 근로시간도 292.1시간에서 276.5시간으로 5.3% 감소했다.

 

사고는 2.3%, 과적은 1.3% 각각 줄었다. 하지만 과속은 1.8% 늘었고, 사망자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 84%는 제도 유지를 원했지만 화주들은 운송비가 32%~72% 늘었다며 80%가 안전운임제 폐지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연구원은 시행 기간이 짧아 효과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작년부터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확대 적용을 주장해왔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상황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일몰제 폐지를 담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작년 1월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원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봉수 화물연대 위원장은 "내년도 안전운임 고시를 하려면 7월부터 논의에 들어가야 하는데 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폐기를 염두에 두고 시간 끌기로 일관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항변이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에 대한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찬반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화물연대, 운수사업자단체, 화주단체 등 관련 업계가 참여하는 ‘안전운임 TF’를 구성해 안전운임 일몰제 여부와 대체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 시작할 예정이지만, 화물연대는 “정부가 이제 와서 TF 구성을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안전운임제를 폐기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대선 정국과 맞물려 안전운임제데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문제가 꼬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권이 바뀐 후 국토부가 안전운임제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로 인해 총파업이란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중재할 주체가 마땅치 않고 해법도 보이지 않아 상당 기간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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