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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정말 물가상승에 영향 미치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5-02 09: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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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런 근거·자료 없어…업계 “물가대책위 심의 제외돼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난달 18일 자정을 넘긴 시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에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밤에 택시 잡기가 너무 힘들어지자 서울시가 택시 심야할증 적용시간을 밤 12시에서 10시로 두 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실상 요금 인상이나 다름없다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서민층의 삶이 팍팍한데 택시요금마저 오르면 시민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택시요금 인상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사실일까?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슨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의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택시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몇 %가 되는지 조사된 자료는 아직 하나도 보지 못했다. 


더욱이 택시요금 인상은 공공요금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물가가 오르고 나서야 마지막 쯤에야 오른다. 사후보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일부의 주장은 너무 터무니없다.


요금이 오르는데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 중 진정한 택시이용객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택시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 채 물가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너무 무지스럽다.

 

택시요금은 법적으로는 신고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조(운임·요금의 신고 등) 1항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정하는 기준과 요율의 범위에서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또 국토부 훈령인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요율 등 조정요령 제4조(운임·요율의 결정·조정원칙) 5호에 따르면 운송원가가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2년마다 의무적으로 조정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적 사항이 지켜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요금조정권을 갖고 있는 시·도는 이런저런 조례 제정을 통해 택시요금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의 택시요금 조정 절차를 보자. 우선 택시조합이 요금조정을 신청하면 서울시가 검증 및 조정안을 마련한다. 이어 서울시 공청회, 시의회 의견 청취를 거쳐 최종적으로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후 서울시가 고시를 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당초 마련된 요금 조정안이 후퇴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 인상 당시에도 심야할증 적용 시간대를 밤 11시로 1시간 연장하는 안이 추진됐다가 시의회에서 “시민들의 부담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요금조정 마지막 단계인 물가대책위원회에서는 중앙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기도 한다. 명목은 역시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서다. 

 

그런데 택시요금 중 고급택시 요금이나 플랫폼 가맹택시 수수료는 통상적인 택시요금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고만으로도 가능하다. 유독 일반택시(중형택시) 요금만 택시조합 신청→서울시 검증 및 조정안 마련→공청회→시의회 의견청취→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 몇 번이나 중복되는 과정을 거친다.

 

택시업계는 이런 요금조정 절차를 일부 간소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택시는 선택적 교통수단으로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물가심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며, 물가심의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택시조합은 요금조정 시 서울시 검증용역, 공청회와 시의회 의견 청취 등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된다며 물가대책위원회의 심의 대상에서 택시요금이 제외되도록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택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지만 개인교통수단이라는 기능상 그 수요가 한정돼 있으며 또 이런 고유기능을 살려줘야 전반적인 대중교통체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최근의 심야 택시대란도 택시의 고유기능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택시요금이 가장 싼 나라다. 개인교통인 택시를 준대중교통이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요금을 통제하고 있어서다. 택시업계의 경영개선과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근본적으로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정치 논리가 깊숙이 개입해 정부와 지자체는 '눈치보기'로 일관했다. 

 

결국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택시를 제때 잡지 못하고 고생하는 시민들이다. 요금 인상이 필요할 때마다 물가상승을 얘기하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택시요금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나 자료는 아직 보지 못했다. 택시요금이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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