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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수정 의견 높다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1-24 10:35:47
  • 수정 2022-01-24 11: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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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차 가격 ‘깡통 모델’로 기본가격만 맞추고 옵션 올릴 공산 커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는 모습.

환경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2022년 전기자동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개편안’에 대해 전반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급형 전기차 육성을 위한 취지와는 달리, 비싼 전기차가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0만1000대보다 올해 두 배 이상 많은 20만7500대에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차종별 보급 대수는 승용차 16만4500대, 화물차 4만1000대, 승합차 2000대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최대 보조금액과 구간별 보조금 지원 상한액을 축소했다. 최대 보조금액은 승용차의 경우 8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소형 화물차는 16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각각 줄였다. 대형 승합차도 8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줄였다.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차량 가격은 지난해 6000만원 미만에서 올해 5500만원 미만으로 작년보다 500만원 내렸다. 5500만~8500만원 미만은 50%를 지원받고, 8500만원 이상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 

 

정부는 이 같은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으로 자연스럽게 자동차 업체들이 가격을 내려 보급형 모델 육성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급 기준을 트림별이 아닌 ‘인증 사양별 기본가격 기준, 모터출력·배터리용량·구동방식 등이 반영된 가격’으로 바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작년에 보조금 100%를 받았던 기아 EV6 GT라인 후륜구동 모델(5680만원)의 경우, 개편안 취지대로라면 올해 절반밖에 받지 못해야 한다. 그러나 기준이 바뀌어 파워트레인이 같은 EV6 롱레인지 사륜구동(5320만원)과 똑같은 보조금이 적용돼 100%를 받게 된다.


한마디로 파워트레인만 같으면 최종적인 차량 가격과 상관없이 동일한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인데, 결국 자동차업체들이 쓸만한 옵션들을 빼고 기준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높다.

 

특히 앞으로 나올 신차 가격은 트림이 가장 낮은 ‘깡통 모델’로 만들고 나머지 모델들은 옵션으로 얼마든지 가격을 올려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극단적으로 옵션을 포함한 최종 차량 가격이 1억원을 넘더라도 보조금은 100% 지급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저렴한 친환경 차량을 보급하겠다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의도와 달리 옵션을 통해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꼴이 돼버릴 공산이 크다. 개편안대로라면 저렴한 전기차는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명분이 생겼고, 비싼 전기차는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종 구매 가격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미 사전계약을 끝내고 차량을 기다리던 실수요 고객들의 원성도 그치지 않고 있다.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전기차를 보급한다면 오히려 보조금을 올려야 하지 않느냐", "똑같은 차를 왜 몇 달 사이에 수백만원 더 내고 사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등 불만을 터뜨리는 게시글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환경부가 소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개편안을 내놓았는지 의문이다. 환경부는 25일까지 보조금 개편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치고, 올해 전기차 보조금 운영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만약 환경부가 이번 보조금 개편안에 대한 전면 수정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앞으로 나올 신차 가격은 정부 지원금 조정에 맞춰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출시된 모델들의 경우엔 이미 구매한 소비자와의 형평성, 차량 품질 등 민감하고 다양한 이유로 가격 조정이 쉽지 않아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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