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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카카오T의 독점 횡포를 깰 수 있을까?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1-09-26 09:50:26
  • 수정 2021-09-26 18: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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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티·타다 역부족, 공공택시앱 의문…택시업계 단합과 입법화가 관건

카카오택시 이미지 컷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택시호출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다. 카카오T 택시기사 회원은 23만명으로, 전국 등록 택시기사 24만3700명의 94%가량이 가입돼 있다. 일반인 가입자는 2800만명으로, 성년 3명 중 2명이 카카오T 회원이다.

 

이를 기반으로 카카오T 이용자 수는 다른 택시호출 플랫폼을 압도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택시호출 플랫폼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카카오T가 1016만명에 달했다. 우버와 SK텔레콤의 합작회사인 우티(UT)는 86만명, 타다는 9만명, 마카롱은 3만명에 그쳤다.

 

국내의 택시호출 플랫폼은 카카오T 외에 우티, 타다, 마카롱을 비롯해 지자체가 만든 공공앱 등이 있으나 이처럼 카카오T의 지배력이 압도적이다. 택시 중개·호출 플랫폼 분야에서 거의 완전한 독점 구조를 구축했다. 

 

택시호출 시장 2위로 ‘국민 내비게이션’ T맵과 자금력을 갖춘 ‘우티’가 카카오T의 유일한 대항마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우티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우티가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경우 카카오T와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티는 무슨 이유인지 계속 미적지근한 모습이다. 

 

3년 전에 렌터카승합차(카니발)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던 ‘타다’는 가맹택시 ‘타다 라이트’로 부활을 노리고 있으나 힘이 달리는 모양새다. 마카롱은 의욕적인 첫 출발과는 달리, 지속적인 투자를 받지 못하면서 사업이 정체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법인·개인택시업계와 티머니가 손잡고 운영하는 ‘티머니 온다(onda)’도 택시기사 회원 1만명을 확보했으나 일반인 회원 가입이 저조하면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일부 지자체들이 택시호출 공공앱을 출시하고 있으나 카카오T에 맞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역 공공앱은 광주와 경남의 ‘리본택시’,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e택시’가 운영 중이며 부산(동백택시), 대구, 경기도에서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다른 택시호출 앱들이 카카오T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카카오T가 보유한 막대한 회원 수다. 회원 수를 늘리려면 엄청난 마케팅비를 써야하는데다 회원 수를 늘린다고 해도 충성도 높은 회원들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카카오 브랜드가 워낙 국민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와 맞먹는 막강한 자금과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의 T맵택시는 2018년말 10% 요금 할인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카카오택시 추격에 나섰으나 거기까지였다. 적자가 누적되는 판에 더 이상 돈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출범한 마카롱택시도 초기에 현대차그룹으로부터 50억원 투자를 받아 법인택시를 인수하고 ‘카카오T 블루’보다 가맹택시 수를 더 확보하는 등 기세를 올렸으나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사실상 손을 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지자체들이 잇달아 공공택시 호출앱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결국 예산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공 앱의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도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앱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카카오T는 독점 사업자로 올라선 뒤 택시 콜 몰아주기, 호출료 인상, 택시기사 유료 멤버십을 도입하면서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무엇보다 카카오택시가 자발적 상생협력과 분쟁 해결을 위해 진정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택시업계나 국민의 신뢰는 그다지 높지 않다. 

 

택시 서비스를 혁신하겠다며 플랫폼 운송사업을 도입한 정부도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되짚어볼 때다. 택시 서비스 혁신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주라는 결과로 이어졌음에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어떤 대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T의 독점적 횡포를 깰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쉽고 간단하다. 택시업계가 물리적인 방법을 써서 힘을 한데 뭉치면 가능하다. 택시업계가 단합해 카카오T 호출을 며칠간이라도 전면 거부한다면, 카카오T는 무너지고 다른 호출앱들이 게임체인저가 될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택시업계가 단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카카오의 독점적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법적 규제밖에 없다며, 입법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현행 공정거래법상으로는 카카오를 규제하기가 까다로워 현재 국회에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에는 자발적 상생협력과 분쟁 해결을 위한 근거 조항이 담겼다. 예를 들어 온라인플랫폼법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택시 콜 몰아주기는 ‘분쟁조정협의’, ‘공정거래협약’ 등을 활용해 이미 원만히 해결했을 수 있다.

 

한편, 학계에서는 시장경제원리를 들어 카카오가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독과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시장에서 마진이 커지면 마켓쉐어를 위해 새로운 세력이 나오기 마련이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OS 시장에서 윈도우밖에 없을 때는 독과점율이 99.9%에 달했으나 시장이 커지고 많은 이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구글 크롬이 나오고 애플 iOS가 출현했다. 또 카카오톡이 메신저 시장을 독점하자 개인정보 이슈가 나오면서 텔레그램이 나왔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참 꿈같은 얘기다. 카카오T 독점에 따른 폐해를 예방하고 택시시장 경쟁의 활력을 되찾아야 하는데, 급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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